평양 정상회담서 "발전된 나라에 비해 초라…수준 낮아도 최대 성의"
판문점 회담 "도로사정이 불비" 발언 이어 또다시 '겸손·솔직' 화법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솔직하고 겸손한 화법이 지난 18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어김 없이 등장했다. 남북관계가 해빙된 이후 줄곧 '깜짝 놀랄' 발언들을 이어온 김정은 위원장의 스타일이 다시 돋보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8일 오후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가진 환담에서 "대통령께서 세상 많은 나라를 돌아보시는데, 뭐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가 좀 초라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너무나도 장소와 환경이 그래서, 제대로 된 영접을 못 해서 늘 가슴에 걸렸다"면서 "비록 수준이 낮을지 몰라도 최대 성의의 마음을 보인 숙소고 일정이고 하니 우리 마음으로 받아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와 건배하고 있다. 2018.9.18 |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문 대통령 부부가 받은 환영행사와 의전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겸손'으로 풀이된다. 전날 북한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터뜨리지 않았던 예포를 21발 발사하고, 10만 북한 주민이 환호하는 가운데 동승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앞서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고 말해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미국과 극한 대립하며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던 터라 이같은 극적인 변화는 국제사회에 더욱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같은 김 위원장의 '겸손' 발언은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는 자세를 취해 협상을 보다 더 원활하게 이끌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개인적인 스타일이 격식을 차리기보다 젊은 나이에 걸맞게 소탈하고 솔직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한편 이날 오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추가 정상회담을 갖고 빠르면 오후 합의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