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대중 관세로 인한 중국 증시 급락 때문에 중국 정부가 협상장에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판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과 무역협상을 타결시켜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미국이 무역대화 재개를 제안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는 틀렸다면서 오히려 중국이 미국과 협상에 대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시장은 급등하고 있고, 그들(중국)의 시장은 붕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번영하는 반면 중국은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결국 무역 문제에서 미국에 굴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내포돼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하지만 제프 문 전 미국 통상 협상가는 "미국 쪽에서 지나치게 희망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며 "모든 경제가 문제를 겪고 있다. 우리는 수조달러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모든 경제에 근본적인 위험이 존재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는 큰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23% 급락해 전 세계 증시 중 최악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증시 급락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과 다르다. 중국 증시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국가 지도자에 대한 민심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국 성인 가운데 주식 보유자의 비중은 10% 미만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50%가 넘는다. 중국 주가는 실물 경제와 동일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지난 2008년 중국 경제가 약 10% 고성장했을 당시, 중국 증시는 65% 이상 폭락했다. 주가 하락과 무역전쟁의 승리를 동일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현재도 중국 경제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비록 과거 같은 두 자릿수 성장률은 아니지만 6.7% 부근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컨설팅업체 트리븀의 앤드류 폴크 파트너는 "중국 경제는 자체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지만 곧 폭발하지는 않는다. 트럼프의 레버리지는 생각보다 작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까지 50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2000억달러 어치 물품에 대한 고율 관세도 준비해뒀다. 다만 중국산 산업재가 대부분인 500억달러와 달리, 2000억달러에 대한 고율 관세를 시행하면 미국 소비자가 입는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냉장고와, 에어콘, 가구, 의류 등 중국산 소비재를 대거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에 있는 대형 미국 산업 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전쟁의 중단을 호소했다. 중국에 위치한 미국 기업 430여곳 중 약 3분의 2가 올해 여름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가 자신들의 사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베이징 및 상하이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의 설문에서 답했다.
소매와 식품, 제조업 분야 응답자의 약 절반은 생산 비용이 올랐다고 말했고, 42%는 판매가 둔화했다고 밝혔다. 6%만이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의 윌리엄 자리트 회장은 "미국 행정부는 공격과 반격의 악순환을 무릅쓰고 있다"며 "혜택을 주는 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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