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 핵 무기 개발 지속하는 한편 은폐하기 위해 고도의 수법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북한이 핵 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은폐하는 데 한층 노련한 기법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미국 정보 당국에서 나왔다.
지난주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 9.9절의 열병식에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되지 않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크게 의미를 부여한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내용의 친서를 기대하는 가운데 나온 주장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9월 3일 핵무기병기화사업 현장 지도에 나선 김정은 <사진=북한노동신문> |
10일(현지시각) 미국 NBC뉴스는 정보 당국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사상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를 약속한 뒤 3개월 사이 핵 폐기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핵 무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울러 김정은 정권이 핵 시설의 입구에 구조물을 세우는 등 핵 무기를 숨기기 위한 고도의 수법을 취하고 있다고 정보 당국자는 주장했다.
소식통은 핵 시설에서 북한의 인력이 핵탄두를 옮기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핵탄두가 옮겨진 장소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핵 전문가들은 국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해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전현직 정보 당국자들은 북한이 올해 5~8개의 신규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북한이 연간 6개의 핵무기를 생산했다는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브루스 베네트 RAND 코퍼레이션 수석 연구원 겸 동북아 군사 전문가는 NBC와 인터뷰에서 “연초 이후 북한은 핵 무기를 단 일 점도 폐기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5~9개의 핵무기를 새롭게 제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더 이상 핵 위협이 아니라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그는 북한의 흔들리지 않은 신뢰에 감사한다며 김정은 정권을 치하했고, 지난주에는 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될 예정이고 긍정적인 내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핵 전문가들 사이에 비핵화 의지를 둘러싼 회의론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편 9.9절 행사에 참석한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RIA 통신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여부가 미국의 행보에 달렸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직간접적 경제 교류를 강화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압박이 이렇다 할 결실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