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얀마 법원이 로힝야족 학살사건 취재 중 체포된 로이터 통신 기자 2명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고 로이터와 CNN 등 서방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와 론(32)과 초 소이우(28) 등 로이터 통신 기자는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 집단살해에 대해 조사하던 도중 지난해 12월 ‘공직 비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으며 올해 7월에 기소됐다. 공직 비밀법 위반은 최대 14년형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으나, 유죄 평결은 예상했던 바라고 말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안면이 없던 경찰관 2명으로부터 양곤 식당에서 비밀문건을 건네 받은 뒤 사복경찰들에 의해 곧바로 체포됐다고 진술했다.
이들에게 비밀문서를 건네 현장에서 같이 체포된 경찰관 모 얀 나잉은 지난 4월 법정에 출두해 고위급 경찰들이 이들 기자들에게 비밀문서를 심어 놓는 방식으로 함정 수사를 모의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미얀마의 사실상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로힝야족 탄압 문제를 조사해온 유엔 진상조사단은 지난달 “미얀마 군부가 인종청소 의도를 가지고 대량학살과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사실상 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나 도덕적 권위에도 불구하고 인종 학살을 막거나 민간인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스캇 마시엘 주미얀마 미국 대사는 “슬픔을 감출 수 없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이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사법부에 대한 미얀마 국민의 신뢰를 시험하는 판결”이라고 분개했다.
댄 척 미얀마 주재 영국대사 또한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을 대표해 실망감을 표명한다. 이번 판결은 법치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스티븐 애들러 로이터통신 사장은 “로이터와 2명의 기자, 그리고 전 세계 언론에 슬픈 날이다. 미얀마 정부는 시급히 이번 판결을 올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7년형을 선고받은 후 양곤 법원 나서는 로이터 통신 기자 와 론(32)과 초 소이우(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25일로 1주기를 맞은 로힝야족 대학살은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가 항전을 선포하고 미얀마 경찰초소와 군 기지 30여 곳을 습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로 인해 70만명의 로힝야족이 탄압을 피해 이웃국인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살고 있다. 노르웨이·방글라데시·필리핀·호주·캐나다 등 다국적 연구자들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로힝야족 사망자는 2만5000명, 성폭행 피해자는 1만9000명에 달했으며, 어린이 사망자가 성인보다 최대 4.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힝야족 박해는 지난 1년 간만 자행된 것이 아니라 뿌리가 깊다. 1978년부터 거슬러 올라가 6차례 가량 자행된 인종청소다. 미얀마 정부는 '과거 영국 식민지 당시 지배계층이었던 로힝야족을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로힝야족을 탄압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이는 사실상 로힝야족 존재 자체를 없애려는 인종학살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올해 초 로이터 통신은 와 론과 초 소이우 기자 이름으로 심층 취재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은 로힝야족 남성 10명이 불교 마을 주민들과 미얀마 군인들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보도하며, 처음으로 미얀마 군부의 개입 진술을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의 학살을 피해 직접 만든 뗏목 타고 나프강 건너는 로힝야족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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