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시 자회사 의무 지분율 강화
발표 직후 삼성물산 주가 1.21% 하락
나머지 계열사는 별다른 움직임 없어
“지배구조 이슈보다 실적이 관건” 전망 우세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시장이 요동친다. 특히 이번 개정안으로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무산되자 전체 시가총액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그룹주 향방에도 증권가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공개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놓고 삼성그룹주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앞서 공정위는 지난 26일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개정안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전속고발권 폐지와 함께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차단하기 위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방안 등 민감한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시장에선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대기업에 대한 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 인상에 주목한다. 현재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신규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대기업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상장사의 경우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현재보다 10%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으로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지주사 전환시 자회사 의무 지분율이 상향조정되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이 매입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4.65%. 여기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포함해도 20.04%에 불과하다. 공정위가 제시한 30%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추가 지분 매입 비용만 약 30조원 가량이 든다.
주식시장에선 곧바로 실망매물이 나왔다. 공정위 발표 이후 거래가 재개된 27일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 대비 1500원(1.21%) 내린 1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릅 지배구조 개편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혀왔다.
삼성물산 최근 주가 동향 [자료=키움 HTS] |
다만 지주사 전환 무산이 삼성그룹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연말 조세특례제한법 일몰을 앞두고 지주사 전환 기준 강화가 충분히 예견됐던 만큼 큰 이슈는 아니라는 것.
A 증권사 임원은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차질을 빚었다”며 “시기를 놓친 만큼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하는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카드”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삼성물산 외에 나머지 삼성그룹주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0.33% 올랐고 삼성생명도 0.77% 상승하는데 그쳤다. 삼성SDI가 4% 이상 급등했지만 이는 3분기 실적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한편 지배구조 이슈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시장에선 앞으로 실적 및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 발굴이 주가 상승에 더욱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연중 최저치까지 밀려났던 삼성전자가 반등을 시도하고 있고, 나머지 계열사 역시 실적 기대감을 바탕으로 하락세가 멈춘 상태다.
올 들어 환매가 이어진 삼성그룹주펀드의 반등 여부도 관심 이슈다. 상반기 삼상증권 배당오류 사태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으로 부진이 장기화됐지만 악재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순유입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국면이다.
이에 대해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180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이후 투자심리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며 “바닥을 확인했다는 안도감에 실적 기대감까지 반영될 경우 반등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