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北억류됐던 일본인 기자 '스기시마 다카시' 인터뷰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이번달 초 북한 남포에서 30대 일본인 남성이 억류된 일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아사히신문은 과거 북한에 2년 가량 억류된 경험이 있는 스기시마 다카시(杉嶋岑) 전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를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부는 협상 정보를 공개해 석방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좌)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스기시마씨는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를 그만 둔지 약 반년이 되던 1999년 12월, 북한에 방문했다가 귀국 당일 억류당했다.
북한 당국이 그를 억류한 이유는 '스파이 혐의'였다. 카메라와 지갑 등 소지품을 압류당한 그는 이후 3개월간 하루 약 9시간 씩 심문을 받아야 했다. 그는 "자살을 생각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평양시내 호텔 등 6개 장소를 전전하며 취조를 받았다. 취조관은 그에게 일본 정부의 스파이임을 인정하라고 강요했다.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공안조사청과의 관계를 조사하며 스기시마씨가 과거 일본 정부 측에 제공했던 북한 사진과 정보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5차례 북한을 방문하면서 정부의 부탁을 받아 사진을 촬영해 제공하거나 정보를 설명했었다"면서 "하지만 억류됐을 당시엔 감시가 엄격해서 사진도 거의 찍지 못했기 때문에 '현행범'이 아니었으며, 북한 당국이 내 방북을 기다렸던 것 같단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자신을 억류한 이유에 대해 "대일 외교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한 카드를 얻으려고 한 것 같다"며 "내 석방과 맞바꿔 일본 측에 외교상 양보를 얻어내려는 생각이었을 거다"고 말했다. 그가 억류된 이듬해 2000년 북한은 일본과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을 재개했다.
스기야마씨는 이후 2002년 2월 석방돼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는 귀국 후 자신의 억류와 석방과 관련된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고 직접 수기를 작성해 알리기로 마음 먹었다. 이후 2011년 3월 자신의 체험담인 '북한 억류기 - 나의 전쟁 2년 2개월 1999년12월~2002년2월'을 출판했다.
현재도 자신의 억류 경험이나 북한 생활정보, 당국과의 이야기 등을 언론을 통해 전하고 있다.
그는 이번달 초 남포에서 북한 당국에 의해 억류된 30대 일본인 남성에 대해 "여행회사를 통해 방북할 경우 엄격한 감시가 따라 붙기 때문에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며 "(억류된 남성이)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외교카드를 손에 넣으려는 목적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스기시마씨는 "내가 억류됐을 때도 일본 정부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정부가 협상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해 석방을 요구하는 국민적인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교섭을 하는 편이 북한 지도부를 움직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