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40여대 도난 신고
생계형 자전거 도둑 기승... 훔친 자전거 5만원~수백만원에 판매
'셀프 보안'이 현실적 대안(?) "집에서 보관하고 잠금장치 강화하자"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최근 서울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6번 출입구 앞에는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다. 자전거 도둑이 극성하며 주민 민원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출퇴근길에 역까지 자전거를 이용해온 정미현(33)씨는 “지난달 2개월 남짓 탄 새 자전거를 도난당했다”며 “경찰도 자전거 분실 사건은 해결이 어렵다며 손을 놓은 것 같다”며 속상해했다.
대전에 사는 김모(28·여)씨는 1년 전부터 자전거 잠금장치를 강화했다. 김씨는 “아파트 1층 복도에 묶어둔 자전거가 사라져 CCTV로 확인했더니 웬 중학생이 1분 만에 줄을 끊더라”며 “절대 절단 불가라는 4관절락(lock) 대만산 자물쇠로 두 개 걸어 놨는데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고가의 자전거 이용이 확대되며 자전거 절도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각 지자체가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며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자전거 보안엔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8월 초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역 6번 출구 자전거거치대에 '자전거 절도 예방을 위한 CCTV 촬영중'이라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설치됐다. zunii@newspim.com 2018.08.03 [사진=김준희 기자] |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자전거 절도 발생건수는 1만5170건을 기록했다. 2010년 도난 신고 건수가 3515대였던 걸 고려하면 6년 새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루 평균 42명이 자전거를 도난당하는 셈이다.
도난 자전거 회수율이 41%에 달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도난 자전거 찾기는 그야말로 ‘김 서방 찾기’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털이범들은 각 자전거 부품을 해체해 새로 만들기도 한다”며 “재조립된 자전거가 중고시장에 나오면 골라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중고로 팔리는 자전거는 적게는 대당 5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부품 하나만 백만원이 넘는 고급 수입 자전거들이 일반화되면서다. 이 때문에 자전거 절도범을 잡고 보면 생계형 용돈벌이 수단으로 자전거를 훔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 애호가 박모(31·남)씨는 “고가 자전거를 공용거치대나 밖에 묶어두는 건 놓는 건 내거 가져가라는 뜻”이라며 “자전거족들은 음식점 갈 때도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에 들고 들어가는 게 일상사”라고 말했다.
지난 8월 3일 서울 마포구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6번 출입구 전경. zunii@newspim.com 2018.08.03 [사진=김준희 기자] |
절도범들 대부분은 절단기로 잠금장치를 잘라 자전거를 통째로 훔쳐간다. 하지만 몸체만 남아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절단이 어려울 경우 몸체를 해체한 뒤 안장과 조명, 바퀴 등 부품만 가져가는 식이다.
사용자 부주의가 도난의 빌미가 된 경우도 있다. 지난해 1월 서울 시내 대학교를 돌며 자전거 12대를 훔쳐 판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피해자 대부분이 잠금장치를 잠근 다음 비밀번호 4자리 중 맨 앞과 맨 뒷자리 번호만 하나씩 돌려놓는 습성을 이용했다.
직장인 민주연(27)씨는 “안전하게 보관할 인프라가 부족한 게 더 큰 문제”라며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된 곳은 지하철역이 거의 유일한데 그마저도 CCTV가 설치된 곳은 많지 않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거치대 보안 문제 등은 매년 거론되고 있지만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모든 거치대에 설치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자전거 절도·분실 피해를 막고자 지자체별로 자전거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 역시 저조한 참여율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셀프 보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 자전거 동호회 회원은 “집 안에서 보관하는 게 마음 편하다”면서도 “야외에 세워둬야 할 피치 못할 경우를 대비해 강철로 된 고관절락 등 비싸더라도 잠금장치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