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외치지만 복지·일자리 예산 증가로 재정 빠듯
내년 R&D 예산증액 4000억+α...생활SOC는 짝퉁 지적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정부가 연일 혁신성장을 외치며 대폭적인 예산 지원을 언급하고 있지만 속사정을 보면 실감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정부의 세수가 늘면서 재정에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복지 예산과 일자리 예산이 급증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혁신성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예산 지원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에 매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목청을 높이는 것만큼 예산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보건·복지, 노동(일자리), 교육, 국방, 행정 등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예산의 증가폭이 대부분 확정된 상황에서 R&D 예산을 대폭 늘리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내년 R&D 예산 20조 돌파? 실제 증가액은 글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현안에 대한 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혁신성장의 핵심요소는 신기술이고 이는 결국 연구개발(R&D)에서 나온다. 때문에 김동연 부총리도 "내년도 R&D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R&D 예산은 전년(19조5000억원)대비 1000억원(0.1%) 늘어난 19조6000억원이다. 이미 20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실제로 증가폭이 크지 않다면 20조원을 넘기는 것 자체는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
실제로 기재부 안팎에서는 우리나라 R&D 예산이 선진국과 비교할 때 부족하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전체 예산에서 R&D 예산 비중이 4.5% 수준"이라며 "이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적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복지예산이 전년대비 16조7000억원(12.9%) 급증한 것이나, 교육예산이 6조7000억원(11.7%)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R&D 예산 비율의 적절성은 사실 늘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정부 예산 못지않게 기업 스스로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때문에 내년도 R&D 예산이 20조원을 넘어서더라도 실제 증가액은 크지 않을 거라는 게 정부 안팎의 전망이다.
◆ '생활 SOC' 예산 대폭 확대? 순증액은 1조 그쳐
청와대가 혁신성장을 외치다보니 벌써부터 혁신성장의 탈을 쓴 '짝퉁 예산'이 속속 거론되고 있다. 이른바 '생활 SOC' 예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8일 김동연 부총리가 주관한 '지역과 함께하는 혁신성장회의'에서 "지역 밀착형 생활 SOC 관련 10대 투자분야를 선정해 7조원 이상 집중 투자하겠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인 대상은 체육센터나 다목적체육관, 박물관, 도시재생, 노후산업단지 개선,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안전 취약시설 개선 등이다. 이 같은 사업들은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2018년도 예산안 분야별 현황 [자료=기획재정부] |
문제는 기존에 행정이나 문화 예산으로 집행되던 것들이 '혁신' 또는 'SOC'라는 이름으로 둔갑해 그럴듯하게 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가 제시한 내년도 '생활 SOC' 예산 7조원 중 6조원은 올해까지 행정이나 문화 예산으로 집행됐던 것이고 순증액은 1조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10여개 지자체에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실감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7조원 중 6조원은 기존에 다른 항목으로 집행된 것이고 내년도 순증액이 1조원이 맞다"면서도 "지역의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는데 1조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만큼 내년도 혁신성장 예산이 얼마나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어날 지 주목된다.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