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민주당 전당대회 3대 관전포인트
이해찬, 불통 우려에 '사이다'로 대응..."거저 먹은 경륜 아냐"
김진표, 文 정부 밑그림 그려..."이제는 경제 대표 시대"
송영길, 유일한 호남 출신...한반도 신경제 패러다임 제시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최종 본선에 오른 후보들의 불꽃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내달 25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가 되면 오는 2020년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역대 어느 때보다 범여권이 강력한 '세(勢)'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문재인 정부의 집권 2년차를 맞아 당정청의 한 축을 맡게 되는 거대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다.
후보들 입장에선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다. 7선의 이해찬 의원도, 노무현 정부서 교육부총리와 경제부총리를 역임하며 화려한 공직생활을 보냈던 김진표 의원도, 그리고 인천시장에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특사'라는 별명까지 등 뒤에 새긴 송영길 의원도 후보 단일화나 양보 의사를 밝힐 생각이 애시당초 없어 보인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진표(왼쪽부터), 송영길, 이해찬 후보가 손을 잡고 있다. 2018.07.26 yooksa@newspim.com |
① 7선 이해찬의 무게...대통령보다 중량감, 친문계 지지 얻을까
당대표 예비경선을 치르면서 이해찬 후보를 두고 흔히 '친노(친노무현)-친문계 좌장'이라고 통칭했다. 노무현 정부 때 실세 국무총리를 했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이었을 정도로 이 후보의 무게감이 컸다. 일각에선 이 후보가 당대표 출마를 선언할 경우 친문계 후보들이 일제히 중도 사퇴를 하고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대표 출마 선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7.20 kilroy023@newspim.com |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이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지만 예상만큼 친문계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예컨대 최재성 의원을 비롯해 적지 않은 친문계 의원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한 것.
그런 측면에서 과연 이 후보가 '친문계 좌장'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당내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워낙 정치적 무게감이 나가는 이 후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참모진들도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이른바 당청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심(文心)'이 이해찬-김진표-송영길 후보 중 확실하게 이 후보에게 쏠려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친문계가 이 후보를 중심으로 뭉쳤다는 정황이 포착되지 않으면서, 여권 내에선 김진표-송영길 두 후보의 경쟁력이 결코 이 후보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이 후보는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마련한 토론회에서 "총리하면서 당정청 협의도 많이 했었고, 제가 문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는다"며 "문 대통령을 고구마라고 하는데, 고구마는 칠성(예비경선 전 기호) 사이다와 먹어야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친문계에 속하는 문재인 직계 의원이라고 말하기엔 7선 경력 국회의원의 뱃지가 다소 부끄러울 수 있다"며 "이해찬 의원이 친문계 좌장이라는 말은 무게감 때문이지, 실제로 친문계 의원들이 이 후보를 좌장으로 인정해 계파처럼 똘똘 뭉쳐있는 개념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우려도 많지만 이 후보를 응원하는 사람도 많다"며 "특히 이 후보의 경륜으로 국회에서 속도감 있게 여러 정책 과제들을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②'경제통' 김진표 "이제는 경제 대표 시대"...정치력 시험대 오를 듯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광화문1번가' 개소식 시민들의 정책을 제안받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 |
문재인 정부 5년의 밑그림을 그린 김진표 후보는 '이제는 경제다'를 당 대표 선거 슬로건으로 들고 나왔다. 갑작스런 대통령 선거로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초안이 사실상 김 후보의 손을 거쳐간 것이다.
김 후보는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차관과 참여정부 부총리를 역임한 경제통이다. 당 내에서도 경제 전문가로서 문재인 정부 초기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아 '문재인표' 경제 정책의 기틀을 다졌다.
김 후보는 예비경선에서 "정부 여당이 해야 할 일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다.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걱정을 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여권이 직면한 가장 큰 딜레마는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경제 살리기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 후보는 최근 야권이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맹공을 퍼붓는 가운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야권의 비판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7선의 이해찬 후보를 앞에 두고 자신이 (당대표가) 되어야만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의 암묵적 지지나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당대표의 덕목이 무엇인지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의 긍적적 호평에도 불구, 김 후보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린다. 경제통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야권에 대항할만한 정치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를 찍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③ 유일한 호남 출신 송영길...북방경제 전도사 역할, 당대표 선거서 효과 있을까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성공단 방북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2018.07.11 kilroy023@newspim.com |
지난 2016년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대표와 한 표 차이로 예비경선에서 탈락했지만, '재수'에 성공한 송영길 후보는 후보 중 유일한 '호남 출신'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압승을 거뒀음에도 불구, 호남에서 국민의당에게 표를 다수 빼앗기며 '호남 챙기기'에 나선 바 있다. 신정훈(전남 나주화순) 전 의원과 당시 김성주(전북 전주덕진) 전 의원을 '호남 특보'로 임명한 것이다.
민주당에게 호남은 문재인 대통령 중·후반기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터전이다. 송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오는 2020년 총선까지 '민주당 텃밭'을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러시아 특사,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문 정부의 최대 과제인 남북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해온 만큼 연장선상에서 문 정부와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당 내 정치력에선 7선 이해찬 후보에 밀리고, 경제통 김진표 후보에겐 경제전문가 경륜에서 앞서가기 쉽지 않다.
인천시장을 거치며 행정 경험을 쌓았고, 개혁적이면서 중도 합리적인 이미지가 다른 두 후보에 비해 대중적일 수 있다는 측면에선 호재가 될 수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송영길 후보의 최대 장점은 참을 때 참을 수 있고 기다릴 때 기다릴 줄 아는 정치적 그릇에 있다. 그릇이 큰 정치인 아닌가"라며 "경륜 면에서는 7선 이해찬 후보나 경제부총리 출신의 김진표 후보에게 밀릴지 몰라도, 정치적 포용력이나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패러다임에는 오히려 송영길 후보가 가장 적합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