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동 어린이집 학대 사건 이후 불안 더욱 커져
가정보육 원해도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 찾아...'막막'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내년 2월 출산을 앞둔 최모(32)씨는 지난 18일 11개월 영아가 어린이집에서 학대받아 숨졌다는 기사를 접하고 한숨이 깊어졌다. 다음 달 새로운 직장 출근을 앞두고 있어서다. 아이를 낳고 나면 3개월의 출산 휴가를 사용할 생각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복직 이후에는 100일도 안 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남편은 밤늦게 퇴근하고, 친정과 시댁 식구 모두 지방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육아휴직 할 수도 없다. 최씨는 "6개월 근무하고 3개월 쉬는 것도 눈치 보이는데 육아휴직까지 하는 건 양심상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어린이집뿐이었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어린이집에서 불거진 아동학대 사건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모들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 범인이 해당 어린이집 보육교사여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옥심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임원단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린이집 사망사고 대국민 사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서울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영아가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국민께 사죄드리며 일괄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2018.07.24 yooksa@newspim.com |
보육교사 김모(59)씨는 11개월 영아를 이불로 덮고 온몸으로 눌렀다. 돌을 앞둔 아이는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싸늘한 주검으로 변했다. 김씨는 "낮잠을 재우려고 그랬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재판부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모들도 안전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가정보육을 원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외벌이로는 육아는커녕 대출금 갚아 나가기도 버겁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26일 "일반적으로 최근 부부들은 맞벌이인 경우가 보편적"이라며 "출산휴가를 보통 3~6개월 주다 보니, 어느 정도는 가정보육이 이뤄지더라도 그 이상은 어린이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출산·육아휴직 사용도 편하지 않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17년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성인 2천 명 가운데 출산 휴가를 낼 때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인다'는 응답은 76.6%로 높았다. 육아휴직 역시 응답자 72.2%가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최근 남성 근로자도 최소 3개월의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됐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직장인 이모(33·남)씨는 "여성도 눈치 보는 마당에 남성의 육아휴직은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육아휴직 등은 각종 지원을 통해 기업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법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처벌 조항도 필수적으로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문화로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뿐 아니라 모성보호를 위한 근로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