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치인 재벌이 갑, 을와 병 논쟁 벌이는 게 안타깝다"
점포 경영난 원인, 임금(43%)보다 본사 때문(57%) 응답도
[서울=뉴스핌] 이민주 기자 = "정부는 아무런 대안없이 최저임금을 올려놓았습니다. 급여는 우리 편의점 사업자가 주고 생색은 정부가 내는 꼴이네요. 차라리 홍00을 뽑았어도 이 지경은 되지 않았을 겁니다."(rlfd***)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은 인건비가 더 올라갈 건데 이 참에 정리할 생각입니다. 이미 한계 상황입니다. 지난달 영업일이 30일 밖에 없었는데 벌써 인건비가 400만원을 넘었어요. 그런데 알바생들과 정이 들어서인지 그것도 쉽지 않네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pink***)
편의점 점주 회원 4만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 '행복한 편의점 만들기 연구소'. 최저임금 인상 발표 이후 첫 근무일인 16일 이 카페는 정부 정책에 대한 성토장이 돼 있었다.
성토의 주된 대상은 정부 정책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 뽑은 것 같습니다. 인권 변호사이면서 북한 인권은 언급하지 않고, 감성적인 정책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 같습니다. 정부 바뀌고 잘하고 있는 게 뭐가 있지요?"(ID***)
음모론도 제시됐다. 수많은 정부 정책 가운데 유독 최저임금 결정만 빠르게 진행된 것은 저의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카드 수수료 인하같은 법안은 몇년씩 낮잠자고 있으면서 최저임금은 심의 한 달 전에 산입범위 확대통과 → 민주노총 불참 → 최저임금 전격 결정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 참담함을 넘어 섬뜩해집니다." (51rs***)
"정부, 정치인, 재벌은 갑(甲)이고, 중소기업주와 자영업자는 을(乙), 근로자와 비정규직과 알바는 병(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을과 병이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안타깝네요."(mega**)
한편으로는 '최저임금 1만원은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의 공약이었으니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있었다(오늘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안으로는 정부가 담배값 마진을 현행 9%에서 20%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야간 시간대 제품가격 인상, 소액카드 결제 거부는 편의점 점주에게 오히려 불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kang***). 또 다른 네티즌은 카드 수수료 1만원 이하 결제시 0.3%로 인하, 소상공인 사업자에게 4대 보험비용 일시면제, 월세 및 부가세 정부가 대납을 제시했다(fpem***)
한편, 편의점이 경영난에 처한 진짜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편의점 본사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편의점의 진짜 문제는 본사의 무분별한 출점입니다. 당장 저희 매장 근처만 해도 편의점이 3개인데 여기서 또 비집고 들어올 곳만 있으면 오픈해주는 게 편의점 본사입니다.
정부 탓할 게 아니라 본사와 싸워야 합니다. 편의점 본사와 싸워서 매출 점포 위약금 개선해서 폐점 유도하고 진짜 알짜배기들만 남고 거리 제한 늘리고 야간 의무 영업 없애야 합니다. 백날 정부가 상생 정책 내놔야 답 없습니다. (lswn**)
실제로 이날 이 카페에서 진행된 '편의점 경영의 제일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즉석 설문 결과를 보면 '본사의 무분별한 개점과 로얄티'(56.93%)라는 응답이 '최저임금 인상'(43.07%)보다 많았다.
네이버 카페 '행복한 편의점 만들기'에 개설된 설문 결과. [이미지=네이버 카페 '행복한 편의점 만들기' |
hankook6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