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직통전화 되살리고 유해송환 회담 격 높여 연기하자 요청
전문가 "협상 진전보다 동력 유지…美 보수까지 돌아서면 위기"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북한이 북미 간 판문점 직통전화를 다시 열자고 제안했다. 또 지난 12일 불참한 유해송환 실무회담도 장성급 회담으로 격을 높여 15일에 다시 열자고 역제안했다.
일견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주춤했던 북미 협상이 다시 동력을 되찾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청신호라고 볼 수는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 직통전화 연결해 회담 연기 요청한 北…전문가 "관리측면에서 바람직"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13일 "북한이 판문점 장성급 회담 성격을 복귀하자고 제안한 것은 정전체제나 관리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협상이 동력을 되찾는 신호로 볼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협상에서 긍정적인 사인은 북한이 기존 입장에서 약간 후퇴해서 비핵화 성의를 보이는 것이고, 아직 그 가능성은 여전히 적다"고 선을 그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2일 오전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유엔사령부와 직접 연결하는 전화를 다시 연결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요청사항을 남측에 전했다.
유엔군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하고 있어 실제론 북미 군 직통전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직통전화는 2013년 북한이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며 끊겼다.
북한은 지난 12일 이 직통전화가 연결되자 유엔사 쪽에 '준비 부족 탓에 유해송환 협의에 바로 참가하기 어렵다'면서 회담의 격을 높여 장성급 군사회담을 15일에 열 것을 제안했다. 미국은 북한의 요청이 진정성이 있다고 보고 회담 연기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6~7일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12일 유해송환에 대해 '하루나 이틀 날짜가 바뀔 수 있다. 회담은 며칠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악수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아직 동력 죽지 않았다'…트럼프, 친서 공개하며 국내 설득했지만
지난 12일 북한의 유해송환 실무회담 불참으로 표면적으로는 균열이 일었지만 물밑에서는 협상의 동력이 아직 식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황이 악화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김정은의 친서를 공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 위원장에게서 받은 아주 멋진 편지.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라는 글과 함께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조·미 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대통령 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고 적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은 그런 상황 속에서 동력이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김정은 친서를 공개했다"면서 "틀을 깨기는 싫은 채로 샅바싸움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비핵화 협상에서 청신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 사이에서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올해 안에는 협상의 틀을 유지하는 것 이상을 기대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전문가는 해석했다.
차두현 연구위원은 "현재 미국은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틀을 깨지 않고 협상 동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중간선거 이후에 비핵화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면 보수매체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할 수 없어진다. 이 점이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