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주 52시간 근무 미리 적용
중견 건설사, 인력 부족·공사지연 부담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건설업에선 공기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주 52시간 근무는 어렵다. 몇 주, 몇 달 단위로 시차를 둬 탄력적으로 근무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지금으로선 주 52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단 계도기간인 오는 연말까지 차근차근 정비해 내년초부터 본격 도입하는 방법 밖엔 없는 실정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 된지 열흘이 지난 건설현장의 모습이다.
이달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간 그리고 사무직과 현장직이 서로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와 사무직의 경우 이미 근로시간 단축에 들어간 반면 중견사와 현장직은 아직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일단 현장직에 대해 2주에서 3개월 단위로 탄력 근무제를 실시해 주 52시간 근로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 현장은 3개월 단위 탄력 근무제를 시행한다는 게 건설사들의 방침이다.
일부 중견건설사들은 아직 뚜렷한 근무제도를 시행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 단지 출근 시간만 늦춰 주 52시간을 맞추려는 노력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중견·중소건설사들은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장 근로자들이 가장 큰 문제다.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대형 건설사든 중견·중소 건설사든 근로자 대부분이 일용직 노동자들로 구성된다. 이제부터 주 52시간만 현장 공사를 할 수 있는 만큼 공사기간 연장을 피하려면 추가 인력을 뽑아야한다. 이렇게 되면 인건비 증가가 불을 보듯 뻔하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 후 계약된 공기 내 공사를 마치려면 인건비는 14.5%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중견 건설사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열흘이 지난 지금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계도기간인 올 연말까지 버티고 보자는 입장인 셈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토목현장은 인원이 적어서 52시간 근무제를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다"며 "아파트 현장은 여건이 되겠지만, 우리 현장은 인원이 아직 다 안 갖춰져서 출근 시간만 6시30분에서 7시로 늦췄다"고 말했다.
이어 "야근과 주말 근무가 없으면 주 52시간을 맞출 수 있다"면서도 "1개월에 2일 이상은 주말 근무를 하고 보통 토요일, 일요일을 붙여서 근무하니 주 52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본사에서는 지난 5월부터 주 52시간을 시범 운영했다"며 "현장은 공정별로 사례를 여러 개 만들어서 자체 결정한 시간에 따라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300인 미만 사업장이라서 아직 해당이 안된다"며 "대형사에서 실시 중인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중견 건설사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실시하기 어려운 것은 인건비 때문이다. 통상 건설사업은 사업장에 따라 최소 1년에서 아파트의 경우 3년 전 이미 공사를 착공한 경우가 많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려면 결국 인력을 더 뽑던지 공기를 늘려야하는 데 대형 건설사와 달리 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세종시 내 공공분양 아파트 단지 건설 현장 모습. [사진=뉴스핌 포토] |
반면 대형 건설사들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대부분 시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일부터 국내외 25개 현장에 '스마트워크 5240(52시간, 40시간)' 제도를 도입했다. 2주 평균 근무시간이 52시간에 도달하면 현장사무소 개인용컴퓨터(PC) 전원이 강제로 꺼지는 방식이다. 연차도 시간 단위로 쓸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현대건설 국내 현장에서는 탄력근무제를 실시했다. 탄력근무제는 1주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번 주에 50시간을 근무했다면 다음 주에 30시간을 근무해서 평균 근무 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는 것이다. 이러한 평균을 산정하는 단위 기간은 3개월이다.
대우건설은 국내 현장 근로시간이 이전에는 하루 9시간, 2주일 기준 99시간이었으나 이제는 2주일 단위로 탄력적 근로를 실시한다. 필요할 경우 3개월 탄력적 근로도 적용할 수 있다.
해외 현장에서도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 제도를 실시했다. 국내외 현장 모두 현장별로 업무 시작과 종결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되면서 현장 출근시간이 오전 6시30분~7시에서 7시30분으로 늦어졌다"며 "야근을 못하게 하는 것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미리 실시한 곳도 있다. 삼성물산 본사는 지난 4월, 국내 현장은 지난 5월, 해외 현장은 이달부터 52시간 근무를 실시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적응 기간을 감안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미리 적용했다"고 말했다.
GS건설은 지난달부터 국내 본사와 현장에서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고, 해외 현장은 이달부터 실시했다. 근무시차제(시차 출퇴근제)와 탄력적 근무제를 병행하고 있다.
근무시차제란 출퇴근에 시차가 발생하는 방식이다. 본사 근무시간이 점심시간을 포함해 하루 9시간인데, 오전 7시에 출근하는 부서라면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있다. 해외 현장은 A·B·C·D 급지별로 나눠서 3개월 단위로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데 근무시간이 52시간이 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
중견건설사들도 결국 탄력근무제만이 유일한 해법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감이 필요할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없을 때 몰아 쉬는 형태다.
근무 시간 감소로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의 급여가 줄어드는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규직은 급여 감소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일당으로 급여를 받는 현장 근로자들은 주 6~7일 일하다가 주 52시간제로 근무 일수가 줄어드니 급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설 현장 노동자들에게 주휴 수당(노동자가 유급 주휴일에 받는 돈)과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고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면 급여 감소 문제가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 시간과 무관하게 연장근무 수당이 임금에 포함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심규범 위원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지 않고, 주휴 수당과 연장근로 수당을 도입하면 오히려 근로자들의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며 "비가 오거나 날씨 문제로 근무를 못 할 때 일시적으로 소득이 줄어들 수 있지만, 이 경우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않기 때문에 주말에도 근무하게 해서 소득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에서는 올림픽 대로~여의도 진입램프 설치공사에서 관련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포괄임금을 금지하는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연장수당을 별도 지급하니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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