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고율 관세 부과 시 경쟁력 약화…현대기아차 “추이 지켜볼 것”
[서울=뉴스핌] 전민준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친환경 자동차 출시 일정을 좀처럼 잡지 못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당초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등 주요 지역에서 코나EV와 니로EV를 올 하반기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산 자동차 고율관세 부과 움직임이 구체화 되자 현대‧기아차는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미국에는 한국에서 수출하는 친환경차 대신 현지 생산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3분기 미국에 예정했던 전기차 출시를 잠정 보류하고 일정을 다시 조율하기로 했다. 현대차 홍보실 관계자는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막바지 논의를 했지만 유보적인 입장이다”며 “관세 위협이 계속되는 데 불확실한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친환경차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확보돼야 국내에서 수출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현대차 마케팅 관계자는 “코나EV에 이어 니로EV를 출시하는 걸 검토했지만 관세 부과 시 사업성이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나EV.[사진=현대자동차] |
지난 2017년 아이오닉EV를 앞세워 미국 친환경차 시장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올해 9월 초 자사의 첫 번째 전기 소형SUV 코나EV를 출시해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기존 딜러망 등을 활용해 판매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내년부터 아이오닉EV, 코나EV 등을 합쳐 현지서 연간 2000대 이상 판매할 예정이었다.
기아차 또한 월 100대 미만의 제한된 수량으로 올 3분기부터 니로EV를 판매한 뒤 내년부터 본격 물량을 늘릴 계획이었다. 니로EV는 기아차의 두 번째 전기차로 첫 번째인 소울EV와 연 2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공장에 전기차 생산시설을 구축해 놓지 않은 터라 국내에서 생산‧수출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코나EV와 니로EV는 대당 3만 달러(3332만7000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경우 3만7500달러(4165만5000원)으로 오르게 된다. 경쟁모델인 제네럴모터스(GM)의 볼트EV 3만7495달러(4369만원)과 가격 차이가 좁혀져 장점 중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기아차 마케팅 관계자는 “친환경차 수요가 많은 지역에 출시, 가격경쟁력까지 내세워 공략하는 게 목표다”고 전했다.
니로EV.[사진=기아자동차] |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으로, 지난해 연간 판매대수는 (배터리형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준)는 총 20만대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수치다.
코트라는 이 같은 증가 요인으로 전기차 주행거리 개선과 다양한 모델 출시, 가격 경쟁력 향상을 꼽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가 1위, 토요타 프리우스 2위, GM 볼트 순이다. 이 외에도 피아트 500e와 닛산 리프, 폭스바겐 e-골프 등이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중심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유럽에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도 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