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이사회·준법위 등으로 잇단 악재 해법찾아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한진그룹이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는 17일 진에어 취항 10주년과 내년 대한항공 창사 50주년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둔 입장에서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방침이여서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또한 대한항공이 상표권을 한진칼에 이전한 결정을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며 참여연대 등이 조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도 부담이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진그룹이 내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검찰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수백억원대 세금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8.07.05 yooksa@newspim.com |
6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향후 전문경영인과 이사회를 중심으로 사면초가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을 비롯, 한진가 전체에 대한 사법‧사정당국의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에서 진행되고 있는데다 직원들이 퇴진 촉구 집회를 여는 등 내우외환인 상황 아니냐"면서 "상당한 자율권을 준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위기를 돌파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사실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한진의 주요 계열사들이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만약 조 회장이 구속되더라도 총수 부재에 따른 부작용이 그리 크지는 않을 거란 전망이 많았다.
우선 대한항공에는 재무전문가인 석태수 부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 있다. 석 부회장은 지난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경영기획실장, 미주지역본부장 등을 맡은 기획통이다. 한진해운과 한진칼 등을 두루 경험하기도 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4월 막내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불거졌을 당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자신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석 한진칼 대표를 그 자리에 앉혔다.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사장도 전면에 나서 대한항공의 경영을 챙기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최정호 대표에게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최 대표는 지난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후, 일본지역본부 여객팀장과 여객마케팅부 담당, 일본지역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6년 진에어 대표이사에 오른 영업‧노선 전문가다. 최근 권혁민 대표가 사임해 홀로 진에어를 이끌고 있다.
이 밖에도 한진은 지난 4월 조 회장이 약속했던 대로 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이 수장을 맡은 준법위원회를 조속히 구성, 내부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도 갖춰나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조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와 함께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총 5가지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그러나 5일 김병철 서울 남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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