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부 부동산 정책, 시장보다 느리게 서서히 내놔
이재명 정부는 정권 초 '예상 밖 시기와 정책' 초강수
자산거품만 키운 부동산시장 옥죄 토건파 무력화 필요
경제 대전환 시기, 금융 활성화→기업 투자→ 경제성장
[서울=뉴스핌] 한기진 금융증권부장·부국장 =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 많은 대책을 내놨다. (두 정부에서 일해보고) 아쉬운 점은 정권의 가장 마지막 시기에 가장 강력한 대책이 나왔다. 정권 초기에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은 '정책의 빗나간 타이밍'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뉴스핌 TV '김태년의 지금은 경제' 프로그램에서 사회자로 나서 6.27 부동산대책을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5선 국회의원으로 2004년부터 진보정권에서 일해왔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통이었다.
김 의원은 "진보, 보수 정부가 여러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 (부동산 세력이) 틈새를 찾아서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과정이 있었다"며 "6.27 가계부채대책이 과거와는 차원이 높은 대책이자 강력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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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파 vs 토건파 대결
이재명 정부는 출범 한달도 안돼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과거 정부는 부동산 대출 규제 방식을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축소 등 대출 축소, 은행 자율 대출규제, 6개월 유예기간 등의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6.27 대책은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 충격적이었다. 김 의원은 "처음 경험해본 대책"이라고 했다. "다주택자 LTV 금지(주택담보대출 금지), 대출규모 캡 규제(대출한도 6억원 일괄 제한), 은행 강제 대출규제, 유예기간 없는 즉시 규제시행…." 김 의원은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대통령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책을 내놔라"고 요구했다.
공무원은 승망풍지(乘望風旨)하며 일한다. 윗사람(정권이나 상관 등)의 눈치를 보면 행동을 한다. 정권 시작 20여일만에 6.27 대책을 관료들이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금융위원회 고위공무원들이 이 대통령의 신호를 읽고, 눈치있게 행동에 옮겨 금융위 캐비닛에 보관된 수백 페이지 규모의 대책 중에 핵심을 꺼낸 것이다.
6.27 대책의 공으로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부위원장(차관)으로 승진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한양대 교수) 등 3명 모두 같이 일했거나 우리나라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같다. 더불어민주당과 현 정부의 공통된 철학은 부동산 규제, 금융시장 활성화다. 이른바 '주식파'다.
반면 우리나라 경제를 주도했던 보수정권의 경제 세력은 '토건파'다. 윤석열 정권 초반에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자 토건파가 발악을 했다. 전세자금대출 확대 및 신설, 보금자리론 확대, 생애 첫 대출 신설 등 과거에는 없던 대출로 무려 100조원가량의 유동성을 주택시장에 쏟아부었다.
주택대출을 통한 신용창조로 부동산 투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은행을 '공공재, 약탈적 대출'이라고 맹 비난했다. 선진국 금융시스템에서는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을 소득을 안 보고 담보가치만 보거나 만기 일시 상환식으로 주택대출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윤 정권은 약탈적 대출을 장려했고 부동산 투기를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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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5.07.28 hkj77@hanmail.net |
◆ "문재인 집권 직후 돈의 흐름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반성
지금은 부동산 유동성을 주식, 국채, 벤처펀드 등 생산적인 자산으로 흐르도록 금융시장을 재편하는 중이다. 코스피 5천, 상법개정 등이 모두 이런 구도하에서 일어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단순히 투기나 공급부족에서 바라보는 토건파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시경제학적 시각에서 베이비부머의 노후 자금과 같은 시중자금을 부동산에만 흐르도록 만든 유동성 관리 실패로 해석해야 한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이 한양대 교수 시절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실패 이유로 "집권 직후 돈의 흐름을 (부동산 외) 다른 곳으로 돌렸어야 했다"는 진단이 맞다.
자본시장 종사자들은 한국판 레이거노믹스를 실현시켜 가는 흐름을 기대한다. 부동산에 몰려있는 돈의 흐름을 금융시장으로 바꿔, 신용창출을 하고 기업투자와 혁신을 유도하는 방식만이 대한민국 경제를 다시 도약시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1980년대 미국은 높은 임금, 복지 비용, 환경 규제, 법인세 부담 등으로 제조업이 쇠퇴했다. 기업들은 제조공장을 임금이 낮고 규제가 적은 중국, 멕시코, 동남아시아로 이전했다. 일본, 독일, 한국 등 제조업 선진국이 부상하며 미국 제품의 가격, 품질경쟁력은 약화됐다. 공장 자동화, 로봇, IT(정보통신) 등 기술발전으로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쇠퇴했다. 디트로이트, 클리브랜드, 피츠버그 등 제조업 도시는 일자리와 인구가 동시에 감소하며 도시 기반도 약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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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3천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11일 오전 코스피가 전장 종가보다17.37포인트(0.55%) 상승하며 3200선으로 처음으로 돌파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5.07.11 yym58@newspim.com |
◆ "고가 아파트 대상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하라"
미국의 1980년대가 우리나라의 2020년대이다. 레이건 행정부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로 불리는, 금융중심 성장과 세금 감면 및 정부 지출 감소 등을 종합해 경제 전반의 체질을 변화시켰다. 인허가 등 금융부문 규제 완화, 금리 자유화 등을 통해 금융시장의 자율성과 경쟁을 대폭 늘렸다. 정크본드 등 혁신적 금융상품도 이 때 나왔다. 금융이 급성장하자 월가가 미국 경제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았고, 금융업이 경제 전반의 부가가치를 견인하는 구조로 자리매김했다. 주식시장은 장기 호황을 맞이했고 소비는 늘고 서비스업과 첨단기술산업이 성장하는 자금원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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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기진 부국장 |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비판하자 28일 금융위가 금융사들과 첨단 벤처 혁신기업 100조원 투자 펀드 계획을 내놨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관제펀드가 아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책을 또 내놔야 한다. 신도시나 뉴타운, 재개발 등으로 아파트를 새로 짓겠다는 Ctrl V 정책이 아니다.
임대인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평가 시 세입자의 전세대출을 포함시켜야 하고, 고가 아파트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폐지해야 한다. 50억원이 넘는 압구정 현대 아파트를 20년 이상 보유만으로 양도 차익의 80%를 비과세 해주고 20%만 세금을 매기는 구조가 올바른 세제는 아니다. 고가 아파트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폐지하면, 보유보다 즉각 매도가 이익이기 때문에 시장에 매물이 쏟아진다. 50억원짜리 기업 경영권을 2, 3세에게 넘겨주면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경영을 포기한 기업이 헐값에 사라지는 것과 비교해도 불공정한 세제다. 이재명노믹스(LeeJaeMyungnomics)를 기대해본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