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생물고유 특성, 의료기술에 활용
혈액 동결보존제 기술 상용화에 돌입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영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냉동인간 기술을 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됐다. 남극 해양미생물을 활용한 혈액 동결보존제 등 혈액의 장기보관 기술이 상용화될 전망이다.
2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극지연구소는 남극 해양미생물의 신규물질을 활용한 혈액 동결보존제 기술을 위한 상용화에 나선다. 이를 위해 극지연구소는 이날 연구소 장보고 회의실에서 알테로바이오텍과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한다.
극지연구소 임정한 박사 연구팀은 해수부의 ‘양극해 미래자원 탐사 및 활용기술 개발 사업’을 통해 남극 로스해에 서식하는 미생물 특성을 연구해왔다. 2011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투입된 사업비는 71억5000만원이다.
항동결바이오폴리머(P-CY01)의 적혈구 동결보존 효과 [출처=극지연구소] |
연구팀은 남극 로스해에 서식하는 해양미생물인 ‘슈도알테로모나스 종(Pseudoalteromonas sp. Strain CY01)’에서 얼음 성장 억제물질(항동결 바이오폴리머)을 발견했다.
이를 활용한 혈액 동결보존제가 개발된 것.
연구팀은 “혈액이 동결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얼음은 혈액의 적혈구 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그간 의료현장에서 혈액의 보관과 수급에 큰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며 “그러나 이번에 개발한 동결보존제는 동결 때 세포로부터 수분을 흡수, 얼음 성장을 억제하고 세포의 생존능력을 유지시킨다”고 설명했다.
특히 혈액 동결보존제가 활용된 혈액의 장기 냉동보관 실험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6개월간 혈액의 장기 냉동보관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냉장상태로 35일까지 가능했던 혈액의 보관기간은 5배 이상 증가한 경우다.
극지연구소 측은 “최근 고령화 문제로 헌혈을 주로 해왔던 10∼20대 인구가 감소하고 수혈이 필요한 고령인구는 증가하는 추세”라며 “혈액 폐기율이 크게 줄어들면서 2014년 기준으로 80%에 불과한 국내혈액 자급률 해소에 도움을 줄 전망”이라고 전했다.
조승환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은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남극 생물고유의 특성을 의료기술에 활용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며 “기술이전과 상용화 지원을 통해 극지 생물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여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