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 인준은 美 상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필요, 민주당 동의 얻어야
美 민주당, 대북 제재해제 선결 조건에 핵·생화학무기 해체 포함
전문가 "통과 쉽지 않다. 북한이 민주당 신뢰 얻을 행동할지가 문제"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조약의 형태로 미 의회에 통과하는 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과 가능성에 주목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美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제임스 리쉬 공화당 의원은 5일(현지시간) 외교위 청문회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이 조약 형태로 헌법에 따라 상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내게 말했다"고 했다.
미국에서 조약은 상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비핵화과 북한 체제보장안이 의회 비준을 받으면 사실상 차기 정부가 이를 뒤집기 어려워진다. 그동안 북한이 강하게 요구했던 되돌릴 수 없는 체제보장 방법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합의안이 상원을 통과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미국 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불신이 아직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동의까지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美 민주당, 제재 해제 조건에 北 핵·생화학 무기 해제 등 포함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에 북한의 비핵화의 선결조건에 대한 합의 없이 대북 제재를 해제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하는 등 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4일(현지시간) △북한의 모든 핵·생화학 무기 해체 △무기 목적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생산·농축 중단 △핵 실험장 및 연구·농축 시설 등 핵 인프라 영구 해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전면 중단 및 해체 △북한의 부정 행위를 차단하고 탐지하기 위한 감시체제 구축 등을 요구했다.
현재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외에 생화학무기 등 WMD(대량살상무기)까지 해체 대상에 포함돼 있다. 상원 재적 의원 100명 가운데 현재 공화당이 51명, 민주당 47명, 무소속 2명을 차지하고 있어 민주당이 동의해야 상원 통과 요건인 3분의 2를 채울 수 있다.
민주당이 이같은 이유를 들어 북미정상회담 합의안의 의회 비준에 반대한다면 북미정상회담 합의안은 실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국 의회 <사진=블룸버그> |
◆ 전문가도 우려, 조진구 "조약의 형태 복잡, 통과 낙관할 상황 아니다"
권태진 "트럼프, 행정명령·의회비준 동시 추진…통과는 북에 달렸다"
전문가들도 이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의 미 의회 비준 입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어느 정도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조진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는 조약의 형태로 가면 복잡해진다"며 "지난 북미 제네바합의에 있던 '서로 적대의사가 없고, 핵으로 위협 및 공격하지 않으며 내정 간섭을 하지 않고 신뢰를 구축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대통령의 행정명령 방식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북미정상회담 합의안이 과거 정부가 했던 합의안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오바마 정부를 비판해와서 통과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우려했다.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 연구원장은 "트럼프 정부는 한 쪽으로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손쉬운 방법으로 추진하면서 다른 한 쪽으로 의회를 설득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실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나중에 뒤집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확실한 방식으로 하려고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 원장은 미 의회 인준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에 달렸다'고 단언했다. 권 원장은 "현재 북한이 여당인 공화당에 대해서는 설득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하는 것 같지만 야당인 민주당에도 신뢰를 줄 만큼 행동을 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미국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