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믿어보겠다던 콘크리트 보수 지지층 "이번엔 속지 않겠다"
부산·경남 모두 당과 선 긋고 선거유세 나서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원래 경상도 쪽이야 보수가 많죠. 근데 요즘은 많이 바뀌었어요. 여기 사람들도 이제 다 알아요. 저도 예전에는 이명박이랑 박근혜 찍었던 사람인데, 이제는 안찍을 겁니다. 더이상 속지 않으려고요."
부산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이번 선거에서 1번을 찍겠노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보수의 텃밭 영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 '그래도 한번 더 믿어보겠다'던 콘크리트 보수 지지층마저 '이제는 속지 않으려 한다'며 한국당에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본격적인 선거유세가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직접 만난 시민들 대부분은 한국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시민 10명 중 한국당을 지지한다는 시민은 두명 정도에 불과했다.
경남 지역에서 만난 60대의 박모씨는 "최근 드루킹 사건이다 뭐다 해서 한국당에서 예전 국정원 댓글 사건과 엮어서 정치공작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가에서 한 것과 개인이 한 것의 차이는 국민들도 다 안다. 그러니 김경수 지지율도 변함이 없지 않느냐"며 한국당에 대한 반감을 보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 재래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8.5.31 jhlee@newspim.com |
부산에서 만난 백모씨(65)는 "국정농단에 대한 실망감도 있지만 최근 홍준표 대표가 너무 막말을 해서 그것도 듣기 싫다"면서 "현 정부가 남북문제 등에 대해서 평화롭게 잘 풀고 있는 것조차도 쇼라고 하면서 막말을 하니 더 반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 여론조사도 한국당에 불리하게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국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지지율은 56%, 서병수 한국당 후보는 22.2%의 지지율을 보였다.
경남도지사는 격차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40.9%, 김태호 한국당 후보가 32.5%의 지지율을 보이며 민주당이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여론조사는 일요신문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4일 실시한 조사 결과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듯 후보들도 당과 선을 긋기 바빴다. 홍 대표가 선거유세 지원을 위해 지난달 31일 부산을 가장 먼저 찾았지만, 유세 현장에서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나 김대식 해운대구을 국회의원 후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날 서 후보는 홍 대표가 방문한 해운대구와 정반대 지역인 사상구 등에서 유세 활동을 했다.
김태호 자유한국당 경남도지사 후보가 1일 경남 양산 남부시장을 방문해 선거유세를 펼쳤다. 이날 김 후보의 선거 유세를 보기 위해 지지자 및 시민 200여명이 시장 앞에 몰렸다. 2018.6.1 jhlee@newspim.com |
경남도지사 출신인 홍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을 걸고서라도 선거를 치르겠다고 한 경남 역시 마찬가지다. 홍 대표가 경남지역 선거유세 지원을 원했지만, 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 측에서 이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경남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도 "김태호 후보 자체는 경남 사람들한테 인기가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아니다"라면서 "홍 대표가 오면 표가 떨어진다. 차라리 오지 않는게 후보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홍 대표는 경남지역 유세를 하지 않고 울산과 경북을 방문한 뒤 서울로 올라갔다. 홍준표 패싱이 현실화된 셈이다.
믿었던 영남지역에서까지 민심이 좋지 않자 홍 대표는 지방선거 전략을 변경했다. 자신이 직접 지원유세를 나가지 않고 내부에서 중앙당 차원의 선거 전략 마련에만 몰두하겠다는 것. 하지만 선거를 8일 앞둔 상황에서 여론을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부울경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부산 방문 이후 "부울경에 파란 바람이 분다고 말씀드려도 될 정도"라면서 "부산이 디비지고 있다"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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