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터키 리라화 가치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외환 위기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리라가 매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자 터키 중앙은행이 조만간 긴급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터키 리라[사진=로이터 뉴스핌] |
23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장중 달러/리라 환율은 5리라까지 상승해 리라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리라화는 5월 들어 단 3일을 제외하고는 달러화 대비 가치를 잃었다. 달러화 강세와 경상수지 적자 확대가 리라 가치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중앙은행도 투자자 달래기에 주저하면서 리라 매도세를 불렀다. 올해 들어 리라 가치는 달러에 비해 20% 하락했다.
여기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며 중앙은행 독립성을 위협하는 발언을 하자 리라 매도세는 더욱 짙어졌다.
전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오는 6월 터키의 조기 대선 및 총선이 치러진 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TD증권의 크리스천 마기오 신흥시장 수석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정책 입안자들은 지금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며 “이것은 외환위기로 번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멀리 갈지에 대한 한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리라화 가치 추락은 터키 기업들의 부채 부담을 키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터키 기업이 향후 몇 달간 갚아야 하는 부채는 지난 4월 초보다 6억 리라(1355억 원)가량이다.
코메르츠방크의 울리치 루츠먼 외환 전략가는 “리라 환율의 급격한 변화는 외환 위기의 분명한 징조”라면서 “물론 정부가 이 시점에서 위기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매우 흔한 이 같은 위기의 과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결국 중앙은행이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내달 7일로 예정된 정례 통화정책회의까지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해 이전에 임시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이슨 투비는 보고서에서 “(터키) 통화정책위원회가 다가오는 며칠 안에 임시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적어도 200bp(1bp=0.01%포인트)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만일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긴축하지 않는다면 무질서한 조정과 급격한 경제 침체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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