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말하는 핵 프로그램 범위 신뢰 어렵고 검증에 역대급 인력 필요"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종료를 검증하는 것 자체가 미국에게 상당히 버거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NYT는 북미 간 의미 있는 합의가 도출되려면 우선 북한이 핵프로그램 범위(규모)에 대해 정확히 밝혀야 하는데 이 자체를 신뢰하기 어려우며, 역대급의 전문가 검증 작업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지난 2015년 핵협정 내용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번 주 탈퇴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만큼,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철저한 북핵 포기 및 검증을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3일 핵무기병기화사업 현장 지도에 나선 김정은 [사진=북한노동신문] |
매체는 이란에 비해 북한이 비밀리에 추진해 온 핵 프로그램 규모는 훨씬 크고 광범위해 이를 검증하는 작업 자체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2015년 핵협정 논의에 참여했던 전문가 어니스트 J.모니즈는 “북한에 비하면 이란 검증은 너무 쉬워 보일 정도”라면서 “(북한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은) ‘신뢰하는데 검증하라’는 것이 아니라 ‘전부 못 믿겠으니 검증에 검증을 거듭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검증 작업 자체에 엄청난 인력이 소모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현재 200여 개 국가에 파견한 검증 전문가 300명을 모두 투입해도 모자랄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 국방부 산하 안보연구 싱크탱크인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4년 전 북한 체제 붕괴 등의 경우에 대비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찾아서 확보하는 데 최대 27만3000명의 군인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이 최대치를 기록했을 때보다도 많은 수준의 인력이다.
미중앙정보국(CIA)이 북한의 핵무기를 20개 정도로 보고, 미 국방정보국(DIA)이 최대 60개 정도로 판단하는 등 미 정보기관 내부에서 북한 핵무기에 대해 정확한 판단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점도 애로사항으로 꼽히며, 북한이 대규모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매체는 그 중에서도 미국에 최대 난관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는 북한의 핵시설 단지라고 지적했다.
IAEA 검증 인력은 핵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측정할 뿐 핵무기를 찾아내거나 다루는 훈련을 받지 않았다. 북한의 핵탄두를 제거하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가 필요하며, 폭발 없이 탄두를 제거할 안전팀을 비롯해 서방 핵보유 국가에서 군사 전문가들이 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이 갖춰진다 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하는 작업이 미국에는 버거울것(overwhelmed)이라는 지적이다.
테로 바르조란타 IAEA 안전조치 담당 사무차장은 지난해 핵 전문가들에게 북한의 복잡한 비밀 핵시설을 뚫으려면 “전에 없던 변경된 모니터링 및 검증 방식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핵전문가 데이비드 케이 박사는 북한에 최대 300명의 검증 인력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검증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솔직히 (검증) 인력 풀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 핵무기 검증 관계자들은 비교적 적은 인력으로 검증에 성공하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선대로부터 물려 받은 핵 시설들을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 박사는 결국 북한 내 전문가들이 비핵화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모니터해야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비핵화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