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이건희 회장에 27개 차명계좌 본인 실명 전환 의무 통보
[서울=뉴스핌] 우수연 기자 = 금융당국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가 발견된 4개 증권사에 3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12일 금융위원회는 '제 3차 임시회의'를 열고 지난 2008년 4월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의 수사 및 관련판결에 따라 밝혀진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총 33억9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장은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4개사에 27개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에 해당 증권사들이 일단 국세청에 해당 과징금을 납부하고, 향후 이 회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이 회장에게 해당 4개 증권사에 개설된 27개의 차명계좌를 본인의 실명으로 전환할 의무가 있음을 통보하기로 했다.
4개 증권사서 확인된 이건희 차명계좌 잔액 <자료=금융감독원> |
과징금 부과 대상인 27개 차명계좌는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차명으로 개설됐으며 금융실명법(1997년 12월) 시행 이후 이 회장이 실제 주인으로 밝혀진 계좌다. 지난 2월 법제처는 이 회장의 27개 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해야한다는 유권 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금융실명제 시행(1993년 8월) 당시 계좌에 담겨있었던 잔액 내역을 확보했다. 당시 4개 증권사에 개설된 이 회장의 계좌에는 총 61억8000만원의 잔액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현행법상 절반을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아울러 미납 과징금의 10%를 가산금으로 붙여 총 33억9900만원을 부과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초 과징금 부과를 거부했던 금융위원회가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계기로 입장을 바꿔 마침내 과징금을 부과하게 됐다"며 "너무 늦은 정의실현에 만시지탄의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적폐청산과 재벌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위원회가 이처럼 금융적폐 청산에 소극적 태도로 임하는 것은 국민들의 염원을 져버리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