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각 부처에 적폐청산TF 보고서 전달
"전 정부 각종 비리 되풀이말라" 서면 경고
"남에게 부드럽고 자신은 엄격해야" 훈시 내려
김기식 논란 등 공직사회 기강 다잡는 의미도
[뉴스핌=노민호 기자] 청와대가 공직사회에 '춘풍추상(春風秋霜)'을 훈시로 하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행돼온 '적폐청산 경과' 보고서를 만들어 각 부처별로 전달하면서, 공무원들이 숙지해야할 규범을 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민정수석실이 각 부처에 전달한 적폐청산TF 보고서와 관련, "춘풍추상(春風秋霜),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여민관에 고 신영복 선생의 '춘풍추상(春風秋霜)'글이 담긴 액자가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
보고서에는 전 정부에서 각종 비위로 처벌 받은 인사들을 지목, 문제가 된 주요 사례와 처벌 수위 등을 명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고서를 보고 현 정부에서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들이 이전 사례를 반복하지 않는 '타산지석'의 의미로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면서 청와대 측이 공직자들에게 훈시한 '춘풍추상'도 의미심장하다.
'춘풍추상'은 채근담에 나오는 문구다. 이는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 같이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신영복 선생이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물한 글씨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과거 정책의 과오를 되짚는 과정에서 중하위직 공직자들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적폐청산' 프레임을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 전경 /김학선 기자 yooksa@ |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춘풍추상 액자'를 선물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공직자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이 보다 더 훌륭한 좌우명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공직자가 공직에 있는 동안 이런 자세만 지킨다면 실수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청와대가 적폐청산 수사결과를 공유한 것도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춘풍추상이라고 하면, 아래 직원들한테는 부드럽게 대하고 자기 관리는 스스로 철저히 하라고 강조하는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 1년을 즈음해서 '김기식 건'도 그렇고 정권 내부에서 시끄러운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데, 이를 경계하고 다시 되잡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공직기강 다잡기 이런 의도도 있을 것 같다"며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부 주요 국정 프레임 중 하나다. 지방선거 민심도 적폐청산에 대한 요구가 상당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