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가시화하자 미국 경제가 무역전쟁으로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한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진단한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로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지고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해당 상품을 생산하는 미국인들이 피해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우선 당장 타격을 입는 것은 평범한 미국 가계다. 투자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4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미국 소비자들의 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산 의류와 신발 등은 관세가 적용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전자제품과 가전제품이 관세 부과 대상에 오른 점을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적용 대상으로 언급한 제품에는 소비재인 에피네피린과 백신, 식기세척기, 소화기, 제설기, 직기, 비디오 프로젝터, 텔레비전, 오토바이도 포함됐다.
미국소매협회의 매슈 셰이 회장은 “소비 전자제품과 가전이 타깃이라는 점에 대해 우려한다”며 “특정 기계류에 대한 관세는 미국산 제품을 더 비싸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도 미국산 130개 수출품목에 15~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응수했다. 시러큐스대의 메리 러블리 경제학 교수는 “이것은 첫 번째 발포일 뿐”이라면서 중국의 대응을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연말 쇼핑에 나서는 미국인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전자·가전제품이 비싸지면서 소비자들의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 제품을 사야 한다.
수입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뱁슨 컬리지의 켄트 존스 경제학 교수는 “유통업체들이 공급 부족을 예상하면 그들은 지금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세제개혁의 하나로 비슷한 정책을 검토했을 때 미국소매협회는 이 같은 계획으로 평범한 미국 가정이 정책 실행 첫해에 1700달러의 부담을 지게 된다고 전망한 바 있다. 데이비드 프렌치 미국소매협회 수석 부회장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비슷한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 미국 내 대두값 싸지지만…
반면 중국이 관세 부과 대상으로 언급한 대두와 견과류의 경우 미국에서 값이 싸질 수 있다. 관세로 가격이 올라 중국인들의 수요가 줄면 이 같은 식품의 재고가 늘면서 미국에서 가격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가격 하락은 미국 농가에 피해로 돌아간다.
특히 견과류를 생산하는 농가에서는 미리 공급 조절이 어려워 견과류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어렵다. 결국, 미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의 발언과 달리 미국 경제에서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결국 이미 5000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는 상태에서 잃을 게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과 달리 미국 경제도 잃을 게 있다고 지적한다.
러블리 교수는 “계산대에서 우리 중 일부에게 다소 좋은 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여기저기에서 와인이나 견과류를 사는데 몇 푼을 아끼는 것이 경제에 지장을 주는 것에 대한 좋은 보상이 아니라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산 대두의 최대 구매자임을 감안하면 미 중서부지역의 농가도 이번 무역전쟁으로 큰 손해를 입을 전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대두 선물은 중국의 관세 조치 발표 이후 2016년 7월 이후 최대 폭인 5.3% 급락하며 이 같은 우려를 반영했다. 미국 자동차회사와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Boeing), 인슐린 등을 원료로 사용하는 제약사 역시 중국의 보복 관세로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고용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 소비산업무역 행동 연합(CITA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초 조지 W 부시 정부가 철강에 최고 30%의 관세를 부과하자 약 2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당시 미국 철강산업은 19만7000명을 고용하고 있었는데 피터슨연구소는 이 중 3000개에서 1만 개 일자리만이 관세로 구제됐다고 평가했다. 존스 교수는 “이것을 다시 반복하는 것은 결과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