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주년 세계여성의 날..대학·여성·노동계 미투 동참 호소
낙태죄 폐지, 재생산권(임신·출산) 보장 목소리도
[뉴스핌=김준희 이성웅 황선중 기자]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미투(나도 당했다)운동' 동참과 성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뜨겁게 울려 퍼졌다.
전국 70여개 대학생 단체가 연합한 '3.8 대학생 공동행동'은 8일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앞에서 집회를 열고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하자"고 외쳤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미투' 운동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8일 오후 서울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3·8대학생공동행동이 직장·대학 내 성폭력 근절과 낙태죄 폐지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이날 서울대 사회학과 학생회장 윤민정씨는 "미투운동이 대학으로 더 크게 더 넓게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교수의 성폭력을 폭로했던 피해자들은 언제 그가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씨는 "학생이 주인되는 대학을 만들어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라며 "학생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결하고 대학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 대학 내 미투운동의 해답이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선 한 교수가 수년 간 제자에게 성희롱을 일삼은 사건이 있었지만, 징계가 정직 3개월에 그쳐 현재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또 미투운동이 촉발된 후 청주대와 명지전문대, 이화여대 등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학교 당국은 물론 경찰까지 수사에 나서고 있다.
3.8대학생공동행동은 이밖에 '낙태죄 폐지', '재생산권(임신·출산) 보장' 등도 주장하며 각종 퍼포먼스를 벌였다.
YWCA 여성단체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YWCA회관 앞에서 열린 '3‧8 여성의 날 기념 YWCA 행진'에서 성폭력 피해고발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정수사와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국내 대표적 여성단체인 한국YWCA연합회도 이날 미투운동 동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서울 중구 한국YWCA회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성폭력 피해고발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정수사와 정부의 근본적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영수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우리 사회의 미투운동이 단순한 지지와 동참을 넘어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등 사회 전반의 총체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YWCA연합회는 특히 사법당국의 엄중한 처벌과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인식과 행동 변화를 가져올 강력한 문화적 조치도 요구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기념행사를 가졌다.
특히 이번 행사에선 미투 운동에 참여하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국미투지원본주'발족도 선포했다. 전국미투지원본부에는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한국심리학회, 한국여성변호사회 등이 동참해 피해자 구제를 돕는다.
8일 민주노총이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로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라 적힌 대형현수막을 찢었다. <사진=황선중 기자> |
양대노총도 이날 여성노동자대회를 열며 직장 내 성희롱 근절과 남녀임금 격차 해소 등을 주된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민주노총 등 10여개 단체는 '3시 조기 퇴근 시위'를 열었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100:64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하루 8시간 노동으로 환산하면 여성들이 3시부터 무급노동한다는 논리에서 나온 운동이다.
참석자들을 서울고용노동청으로 행진하면서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을 지나며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찢으며 성희롱 근절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을 중심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성희롱 요소가 다분한 행사를 매달 연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기획됐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