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했지만 사회구성원서 은퇴하고 싶지 않아
전문직 은퇴자의 기회…"좀처럼 쉽지 않다"
베이비부머 세대 맏형, 2020년 예비노인 진입
정부, 시니어 사회공헌단 등 노인 전문성 활용
사회안전망, "국민의 삶의 모든 분야 넓게 봐야"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았던 김모씨는 5년 전 교직에서 물러났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이는 학생들과의 실랑이가 힘에 부친다. 교감자리만 바라보던 교원사회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년 5년을 앞두고 퇴직한 김씨의 올해 나이는 진갑(進甲 만61세)을 맞았다. 은퇴 직후 6개월 동안은 해외여행도 다니고 퇴직 교직원 모임 등 왕성한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퇴직 1년이 흐른 시점에 접어들자, 사회구성원에서 점차 멀어져가는 자신을 느꼈다는 게 속사정이다. 3년 후 베이비부머세대로서 노년기를 앞둔 김 씨는 “퇴직 1년이 지나면서 막막했다. 교사로서 은퇴는 했지만 사회구성원에서 은퇴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 정년을 앞둔 1960년생 이모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A기업 재무관리 임원으로 한평생 몸담은 곳을 떠나야하는 은퇴 기로에 놓였다. 이 씨는 2년 후 60대 은퇴연령과 동시에 예비노인세대로 진입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다. 그는 “한참 더 일할 수 있는 나이지만 은퇴를 종용당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내가 다니는 회사는 정년까지 보장하는 관계로 운이 좋은 케이스”라며 “이제부터 슬슬 다른 인생을 살기 위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직 은퇴자의 기회가 좀처럼 쉽지 않고 일자리가 많은 것도 아니다”고 토로했다.
2년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노인층 진입을 앞두고 노인 고용 시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급증하는 전문직 은퇴 노인의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방향타를 잡았으나 가시적인 양질의 노인 일자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9일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발표한 ‘제2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종합계획’에 따르면 저출산 장기화, 고령화 심화에 따라 향후 5년간 노인(만 65세 이상) 인구는 약 200만명이 추가로 늘어난다.
최근 통계청 자료(2016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정년 이후인 만 60세 이상 인구까지 포함해 2022년 노인인구는 1529만명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맏형 격인 1955년생부터 노인대열에 합류하면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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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는 유독 인구수가 많은 세대로 ‘인구오너스(노동력 감소로 인한 성장 지체현상)’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2021년까지 베이비부머 세대 중 상용직 은퇴자가 연평균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제2차 노인일자리종합계획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00년 4.5%의 노동생산성은 2017년 1.3%로 추락했다. 노인인구 증가와 급속한 은퇴로 노동력 부족, 숙련기술 단절 현상이 짙어진 이유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한국사회 발전의 주춧돌로 인적자본이 높고 자부심이 큰 소위 배운 세대로 통한다.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 구성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는 총인구의 14%인 723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문제는 저소득·고령 노인 대상의 일자리가 양적 측면 위주의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원인은 저소득 노인을 위한 재정지원에만 쏠린 탓이다.
베이비부머나 근로능력‧의사가 있는 노인 적합 일자리 제공이 부족하다는 게 사회보장위원회의 회의 결과다.
사회연구학자인 한 교수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사업은 단순한 일자리 만들기로 보면 안 된다”며 “노인층은 빈곤과 심리·정서, 사회 관계적이거나 건강증진 등의 효과를 모두 들여다보는 분석이 선행돼야한다. 노인 일자리가 질 낮은 수준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높일 수 있는 질적 수준의 향상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현 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시니어 사회공헌단(시니어 프로보노)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며 “베이비부머의 노인세대 진입 등 증가하는 전문직 은퇴 노인의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해 공공서비스를 보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이어 “활동내용별로 자격·경력 기준, 필수 교육시간 및 교육내용이 마련된다”면서 “보건·복지서비스, 주요 국정과제 중 인력·재정 부족으로 취약한 분야 중 노인일자리로 사업화가 가능한 활동을 선정할 것” 덧붙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소득격차와 빈곤층이 늘어나고 허술한 사회안전망은 국민의 기대나 평등심리가 높은 나라에서 사회보장의 당위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로 끝나지 않고 국민의 삶의 모든 분야에 걸쳐 넓게 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규하 기자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