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드 "임금 상승, 물가 급등 초래 못할 것"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10여년간 투자자들에게 잊혀졌던 인플레이션이 전세계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말부터 물가연동채권(TIPS)으로 자금이 몰려들기 시작했을 때까지 아랑곳하지 않던 뉴욕증시가 1월 비농업 부문 임금 상승 폭에 패닉을 일으켰다.
채용 공고를 살피는 구직자들 <출처=블룸버그> |
6일(현지시각) 주가 폭락에 제동이 걸렸지만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가 장중 한 때 50을 뚫고 오르는 등 투자 심리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정책자들은 투심 달래기에 나섰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증언에서 주가 낙폭이 컸지만 정상적인 조정이며,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켄터키에서 가진 연설에서 임금 상승이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만큼 가파른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적인 고용 지표와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가 최근 수 년 사이 깨졌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단기 주가 향방을 가늠하는 데 고심하는 한편 향후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판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월 시간당 평균 임금이 2009년 이후 최고치인 2.9% 뛴 것은 시장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임금이 이 같은 상승 추세를 지속할 경우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이 초래될 여지가 높다.
잠자던 인플레이션이 마침내 깨어나면 무엇보다 30년 장기 강세장을 연출한 채권시장이 추세적인 약세 흐름으로 돌아설 수 있다.
우선 2018년과 2019년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세계 경제가 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2011년 이후 최고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 이어 선진국부터 신흥국까지 동시다발적 성장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지구촌에 존재하는 국가의 75%에 해당하는 120개 국가가 성장을 이뤘다.
미국 쇼핑객<사진=블룸버그> |
JP모간은 투자 보고서에서 “강력한 성장 호조에 따라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해소된 것은 물론이고 급속한 반전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도 잠재돼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임금 상승에 민간 수요가 늘어날 경우 기업들의 설비 가동이 한계를 맞으면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이 집계하는 전세계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월 3년6개월래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설비 한계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을 제시하는 대목이다.
임금 상승이 미국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선진국 전반에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최대 노동자 조합에 해당하는 금속 노조가 노동시간 단축 및 임금 인상 타결이 대표적인 사례다.
월가 애널리스트는 이번 협상에 따라 2018년과 2019년 물가 상승을 감안한 임금이 각각 3.7%와 4.0% 오르는 효과를 낼 것으로 진단했다.
일본에서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전통적인 경제 모델이 작동한다면 주요국 물가가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벤 메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일자 보고서에서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 강세도 물가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국제 유가가 지난 6개월간 30% 가량 오른 가운데 회의적인 시각을 고집했던 모간 스탠리와 골드만 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최근 올해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 밖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도 경기 호조와 함께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위덴 앤 코의 마이클 퍼브스 글로벌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기업 이익이 탄탄하게 늘어나는 한편 경제 지표가 호조를 이루고 있다”며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