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틀 바꾸자니 분할 3사 임단협도 흔들려
[뉴스핌=심지혜 기자] 현대중공업 노사가 임단협 부결 이후 보름만에 첫 실무교섭을 갖기로 한 가운데 노조가 꺼낼 협상 카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조는 최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방안을 내놓다는 방침이지만 사측이 '추가 제시안은 없다'며 강경하게 나오는데다 '4사 1노조' 규약으로 이미 가결된 분할 3사(현대일렉트릭, 건설기계, 로보틱스) 임단협까지 흔들릴 수 있어 셈법이 복잡하다.
25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노사는 추가교섭 방안 논의를 위한 실무교섭을 이날과 금요일 두 차례 가질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강환구 사장과 박근태 노조 지부장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
노조는 임단협 타결 실패의 정확한 원인 분석을 위해 모바일 설문과 현장 여론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교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사 결과 최저임금 조정을 위해 상여금을 나눠 지급하기로 한 것과, 분할 3사 대비 낮은 성과금, 유연근무제 등이 대표적 불만 사항으로 꼽혔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사안을 풀어나가기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측의 추가 방안 거부도 문제지만 이미 가결된 분할 3사의 임단협 기본 방향이 현대중공업 기조를 따르고 있다는 점은 큰 걸림돌이다.
분할 3사는 성과급을 제외한 현대중공업 임금협상 결과를 동일하게 적용, 임단협을 통과시켰다. 현대중공업에서 새로운 안이 나오면 분할 3사 역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분할 3사에서도 재교섭을 진행, 투표까지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기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추가교섭이 늦어지면서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다, 현대중공업 임단협 부결 영향으로 타결금과 성과급 등을 받지 못한 분할 3사의 불만까지 높아지고 있어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4사 1노조는 지난해 회사가 분할됐음에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노조가 자체적으로 만든 규약이지만,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며 "복잡하게 얽힌 사안을 풀어 나가기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잠정 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동결, 짝수달 중심으로 제공되던 상여금은 매월 25%씩, 매 분기말에 100%, 설·추석에 각각 50%씩 지급하는 것이다. 임단협 타결 격려금은 기본급의 100%+150만원이다. 단체협약 조항에서는 신규채용 시 종업원 자녀를 우대하는 등의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