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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커 스토리] 포커선수(?)에서 딜러 출신 첫 임원으로

기사입력 : 2017년12월31일 09:00

최종수정 : 2017년12월31일 16:01

배진수 신한은행 IPS본부장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외환시장에서 두각
"신한과 거래하면 수익률이 좋은 경험을 갖도록"

[뉴스핌=김연순 기자] “포커에서 풀하우스는 상당히 높은 패인데 상대방이 더 높은 패를 들었다는 확신이 들면 풀하우스를 잡고도 죽을 때가 많았습니다. 제 패만 본 게 아니라 상대방 패를 읽었다고 할까요. 승률 100%의 비결입니다. 게임, 승부에 대한 집중이죠.” 

배진수 신한은행 IPS본부장은 지난 1989년 입사했다. 신입 행원 시절인 1990년대 초반 은행에서 승률 100%를 자랑하는 유명한 포커 선수(?)였다. 자금부, 종합기획부 근무 당시 집들이, 상갓집 등에서 심심풀이로 하는 게임을 휩쓸다시피 했다. 결국 인사 담당자의 눈에 띄어 1995년 국제부 소속 ‘외환 딜러’로 발탁됐다.


“사실은 (사석에서) 포커를 잘 쳐 딜러 일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는 얘기를 한 적은 있습니다. 다만 인사카드 등록할 때 채권딜러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은 외환딜러로 발령이 났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6년간의 외환딜러 근무는 배 본부장의 뱅커 인생 일대의 터닝포인트가 된다. 당시 외환시장에선 1원 정도의 폭을 가지고 딜링을 하던 시절이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하루 변동성은 150원을 넘나들 정도로 확대됐다. 배 본부장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1997~1998년도에 매년 600억원 정도의 수익을 냈다. 운용하는 외화자산 규모가 5~6배 정도 컸던 외환은행을 운용이익 부문에서 제쳤다.

신한은행 배진수 IPS본부장이 뉴스핌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김학선 기자>

“제 자랑을 해야 하는데(매우 쑥스러워하며), 시장 상황이 바뀌기도 했지만 전임자가 9억원을 벌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수익을 낸 거죠. 업계 중위권에서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습니다. 6년 동안 거래를 하면서 월간 기준으로 한 번도 마이너스를 낸 적이 없습니다.”
배 본부장은 당시 서울외환시장을 주름잡던 1세대(혹은 1.5세대) 딜러로 명성을 떨쳤다. “(비결이라면) 물량을 가지고는 외환은행과 외국계 은행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정보력으로 싸웠죠. 정보를 읽기 위해 노력했고 시장 정보를 가지고 트레이딩을 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달러/원 환율이 2000원까지 치솟으면서 리스사들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하지만 신한리스(현 신한캐피탈)는 큰 타격을 입지 않고 살아남았다. 환리스크 관리에 성공한 덕이다. 한국은행이 소개하는 환헷지 우수 사례에 신한리스 케이스가 포함될 정도다. 배 본부장이 당시 신한리스 환관리를 맡았다.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1995년 (7월) 평범한 은행원에서 외환딜러로 옮겼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후 주식운용팀장 역시 딜러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딜러, 주식운용팀장으로 은행의 고유 자산을 직접 운용한 경험이 지금 고객에게 좋은 투자상품을 제공하는 IPS본부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고요.”
배 본부장은 화려한 외환딜러 경력을 토대로 홍콩법인 부사장, 자금시장부 주식운용팀장, 외환사업부장, 금융공학센터장, 뉴욕지점장을 거쳐 올해 1월 승진해 IPS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신한은행에서 유일한 딜러 출신 임원(본부장)이다.

신한은행 배진수 IPS본부장이 뉴스핌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김학선 기자>

배 본부장은 처음부터 금융기관, 그중 은행원을 꿈꿨다고 한다. 대학 때부터 전문경영인에 대한 꿈이 있었다. “은행은 재벌그룹과는 달리 오너가 없는 회사로, 오너의 눈에 들지 않더라도 자기 역량을 조직 발전을 위해 제대로 발휘하면 인정받는 곳 아닙니까. 자기 소신을 가지고 주어진 환경하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은행 내 팀장, 지점장도 전문경영인이라 생각합니다.”
포커, 외환시장에서 스윕(Sweep, 싹쓸이)의 대명사로 통한 배 본부장. 그는 IPS본부(Investment Product & Service. 투자상품에 대한 전략, 고객수익률 관리 등을 총괄)에서도 스윕을 꿈꾼다. 승률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객의 무한 신뢰를 쌓는 것이 목표다.
“IPS본부는 고객의 수익률이 올라가도록 투자를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IPS본부를 업계 최고의 본부로 만들고 싶습니다. 고객들이 신한과 거래하면 수익률이 좋다는 경험을 갖게 되는 IPS본부 체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배 본부장은 후배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자기가 맡은 일에 한번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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