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 추가 인상 물거품...'신중한 인상' 무게
[뉴스핌=허정인 기자]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완만할 전망이다.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면서도 향후 속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고승범 위원으로 추정되는 금통위원은 “(인상 시기는)내년 초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기를 한두 달 앞당겨 이번에 인상하는 방안에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금통위원들은 대체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동결 소수의견을 주장한 조동철 위원을 제외하고 5인 중 과반 이상이 추가 인상에 대해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섯 번째로 의견을 개진한 위원은 11월 기준금리 인상에 동의하면서도 “금리인상 시기는 내년초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아직까지 경기회복을 충분히 체감하기 어렵고 물가수준도 물가안정목표를 기조적으로 상회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이 통화정책방향을 시급히 전환하여야 할 시기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3분기 1.5%를 기록한 GDP성장률이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수출에 의존한 경기회복이라고 봤기 때문에 민간소비 등 회복체감 속도가 더디고, 고용여건 개선도 약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 위원은 “한두 달 시기를 앞당겨 인상하는 방안에는 동의하지만 금리인상 후에는 앞으로의 경기 및 물가 동향,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했다고 주장한 금통위원(의사록 여섯 번째) 역시 11월 금리인상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추가 금리조정 여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위원은 “향후 통화정책방향은 인플레이션 기조가 안정적으로 정착돼, 물가목표 수렴에 대한 전망이 더욱 견조해질 때까지 완화적 통화 기조를 유지해 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금리조정 여부와 속도는 근원 인플레이션의 변화와 민간소비 회복, 글로벌 금융순환의 변화가 실질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 등에 기초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중립금리 하락 요인이 해소 기조에 있다고 분석한 금통위원(의사록 첫 번째)은 “추석관련 수출 호조를 감안하더라도 10월 이후에도 실물경제는 견조한 성장흐름을 잇고 있다”며 “다만 물가상승 압력의 생성이 뚜렷하지 않아 통화정책의 전환속도는 물가경로의 흐름을 확인해 가며 완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위원은 “추가 인상의 시점 선택에 있어서는 실물경제의 흐름보다는 물가경로에 보다 주안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동결을 주장한 조동철 위원 외에도 다수 위원들이 실물경제의 성장흐름, 물가 상방 압력 등을 살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내년 1분기 추가 인상은 무산되는 분위기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물가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연속 인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내년엔 2회 인상보다는 1회 인상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