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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 바라보는 교사와 학생의 서로 다른 시선

기사입력 : 2017년10월10일 17:00

최종수정 : 2017년10월10일 17:11

김병욱 의원 ‘공교육 정상화 모니터링’ 자료 분석
교사 86% “부정적” vs 학생 30% “꼭 그런건 아냐”
전문가 “내신 상대평가 체제서 동전양면, 필요악”

[뉴스핌=김범준 기자]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나선행(가명·14)양은 지난 추석 연휴 때 강남 대치동 학원에서 '수학 특강' 그룹 수업을 받았다. 열흘동안 '고교 1학년 수학' 전범위를 훑은 것.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나양은 "이미 한번 다 배웠어요"라며 필기가 가득한 '수학의 정석' 상·하권을 책가방에서 꺼내보였다.

[게티이미지뱅크]

"선행학습 금지법이요? 그런 게 있었나요?" 나양의 학부모는 갸우뚱했다. 오히려 "요즘 엄마들 사이에선 자유학기 때 고교 수학이나 영어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말은 기본"이라며 "중학교 때 고교 교과 공부를 얼추 마쳐야 고등학교에 가서 교내·외 활동 등 '학종'(학생부 종합전형) 준비가 한결 수월하다"고 받아쳤다.

일명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불리는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이 지난 2014년 9월12일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효과는 무색할 정도로 선행학습이 더욱 강화됐다는 게 수험가 안팎의 중론이다.

공교육정상화법은 학교와 교원은 정규 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정규 수업시간 혹은 방과 후 과정에서 가르치면 안된다는 것에 국한돼 있다.

사교육의 경우 학원과 교습소(개인과외교습자 포함)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를 하면 안된다는 조항만 있을 뿐 사실상 사교육의 선행학습을 규제할 현실적인 방안은 없다.

◆ 선행학습은 필요악?

선행학습 규제의 필요성 논의에 앞서, 선행학습 긍·부정 효과에 대한 공방은 여전하다. "왜 선행학습을 할 수밖에 없는가" 등의 근원적인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공교육 정상화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교사 3075명 중 85.5%가 '선행학습으로 인해 학교 수업 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교육부 '2016 행복교육 온라인 모니터단' 설문조사 결과 [김병욱 의원실 제공]

특히 초등학생의 선행학습에 대한 부정적 인식(2143명 중 72.8%)이 가장 높았고 중학교(1917명 중 62.9%), 고등학교(1820명 중 59.2%) 순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의원은 "잘못된 선행학습은 아이들에게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주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흥미를 잃고 학업 부진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학부모와 학생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설문에 응한 학부모 1792명 중 30.0%와 학생 1013명 중 29.8%는 '선행학습이 학교 수업 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4.4%에 그친 교원 응답 비율의 7배였다.

서울 대치동 한 학원의 교육과정 안내문

특히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9%로, 0.5%에 불과한 교원의 비율보다 무려 18배 높았다.

나양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학원에서 먼저 대략적으로 배워두면 학교에서 처음 배울 때 헤매지 않아서 좋다"며 "복습효과도 있고, 오히려 (학교 수업에) 집중이 잘된다"고 말했다.

'대치동 샤론코치'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이미애 샤론코칭&멘토링연구소 대표는 "학교 선생님들은 시험에서 변별력 있는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오로지 학교 수업에만 의존하는 학생은 문제를 모두 맞힐 수 없다"며 "남들보다 내신 잘 따려고 하는 학생들이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받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행학습'은 현행 '내신 상대평가' 체제와 '동전의 양면'"이라며 "내신이 절대평가화 되지 않는 한 사교육 과열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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