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유해 논란에 특허 문제까지...출시 놓고 속앓이
"2014년에도 진출하려다 발빼" vs "정해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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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전지현 기자] 담배업계 절대강자 KT&G가 자체 개발한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KT&G가 특허청에 등록했다 취소한 전자담배 제품. <사진=특허청 특허정보넷> |
12일 특허청 및 업계에 따르면 KT&G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전자담배 장치 5건을 특허청에 공개했다.
슬라이딩 온오프 전자담배, 전자 담배 장치, 접촉식 멀티 카트리지 타입 전자 담배 장치, 멀티 카트리지 타입 전자 담배 장치, 향미 유지 무연화 가능 전자 담배 장치 등 전자담배 디바이스가 대분이다.
이중 슬라이딩 온오프 전자담배는 지난해 6월 출원(출원번호 1020160069457)을 청구했다가 올 1월 자진 취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품은 전자담배를 슬라이딩해 흡연이 가능한 상태로 바뀌는 방식이다. KT&G는 구체적인 제품 이미지 및 다수의 제품 사진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허 등록한 후 추후 비슷한 제품을 다시 출원할 경우 이전에 등록한 제품 특허 청구를 취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1종(출원번호 1020150039045)은 특허청으로부터 출원이 거절된 상태다. KT&G는 이 제품을 전자담배 장치로 지난 2015년 3월 출원해 2016년 9월 공개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심사 진행이 중단됐다.
<사진=특허청 특허정보넷> |
특허 등록을 마친 전자담배 기술 2건(접촉식 멀티 카트리지 타입 전자 담배 장치-출원번호 1020150056007, 멀티 카트리지 타입 전자담배 장치-출원번호 1020150039044) 역시 시가메쉬 등 중소기업을 카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박선순 시가메쉬 대표는 "KT&G는 특허청으로부터 심사 당시 2건의 특허가 (시가메쉬 전자담배 제품과) 동일하다는 지적에 수정(보정) 후 다시 특허를 등록했다"며 "내용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끓여 낸다는 것을 의미하는 '멀티 카토마이저'는 전자담배에서 기술 구현이 어려운데, 해당 두 제품이 시가메쉬 '조립형 멀티카토마이저' 모방했었다"고 지적했다.
시가메쉬는 전자담배와 관련 국내 및 국제 특허 14개를 보유중이다.
이어 박 대표는 "특허는 수정 보정할 경우, 기술적 의미를 잃게 된다. KT&G는 신규성(특허성 시험, 발명이 특허가 될지 혹은 이미 청구돼 특허가 될 수 없는지 판가름 기준)을 잃은 것"이라며 "뒤늦은 전자담배 시장 준비 때문에 기술적 특허를 모두 놓친 셈"이라고 주장했다.
KT&G 관계자는 "기존과 같이 현재도 출시 시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며 "(전자담배 부서와 해당 내용을) 공유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확인하기도 어렵다"고만 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후발주자..담배세 논란도 부담
KT&G는 당초 9월 혹은 10월 초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이미 지난해 5월경부터 테스크포스(TF) 팀을 구성,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BAT '글로'와 다른 형태의 궐련형 전자담배 개발을 마친 상태다.
KT&G가 선보이는 첫 전자담배의 디자인과 사용방식이 기존 제품 기술을 회피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전자담배는 구조와 방식이 간단할 뿐더러 소재와 활용범위도 한정돼 선획득한 특허기술이 없다면 진입 장벽에 부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BAT는 전자담배 R&D 선도업체 미국 레이놀즈를 약 58조원이란 거금에 인수했다. 현재 아이코스는 전세계 2000여 개 특허와 국내 678개의 특허를 출원했고, BAT 역시 비슷한 수의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권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인상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어 KT&G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간 KT&G는 국회의 '세금인상 확정 이후'를 최우선으로 했던 만큼 9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가정해도 예정했던 9월 출시는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KT&G 내부에서는 현재 상품 스펙조차 공유되지 않아 출시 이후 마케팅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수립 못한 상태다. 출시를 하더라도 이미 후발주자라는 판단에 입지가 좁아져 소극적인 마케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KT&G 내부 관계자의 말이다.
이에 대해 KT&G는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현재 신제품에 대해 제품 개발 및 마케팅 플랜을 준비한 상황"이라며 "다만 정부의 과세 기준 정립 및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출시 시기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카피 의혹에 대해서는 "개인 의견이며, 이에 대한 내용은 특허청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써 개발한 신제품의 용도폐기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담배 산업은 광고 등이 제한돼 제품력 만큼이나 중요한게 시장 선점이기 때문이다. KT&G 입장에서는 출시시기가 지연될수로 아이코스(필립모리스·5월 출시)와 글로(BAT·8월)에 익숙해진 궐련형 전자담배 소비자들을 계속 빼앗길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4년 말 KT&G는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전자담배 인기에 내부적으로 전자담배 시장 확대를 예의주시하며 진출을 고려했다가 발을 뺀 바 있다"며 "이번에도 시장 추이를 지켜보다 상황이 안 좋으면 시장 진출 자체가 재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