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단기 충격 제한적, 경영권 및 장기 방향 불투명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재벌 총수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상 초유의 법 집행이 이뤄진 가운데 주요 외신들이 사법부와 삼성그룹에 앵글을 집중했다.
블룸버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어렵게 됐다고 보도하는 등 외신들은 일제히 25일 1심 판결의 내용과 이에 따라 예상되는 파장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 세기의 심판 = 외신들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을 ‘세기의 심판’이라고 지칭하고,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정경 유착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 십 명의 증인들을 대상으로 한 수 백 시간에 걸친 심문과 증언을 통해 검사들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삼성 자회사 합병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얽힌 검은 돈 거래를 파헤쳤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즈(NYT)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5년 실형을 선고한 1심을 ‘블록버스터’ 판결이라고 전하고, 이로 인해 한국 지도부가 재벌 그룹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포문을 열어 제친 셈이라고 해석했다.
재벌 그룹은 전쟁 후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이제 부패의 온상이자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재판부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64억원의 횡령 및 72억원의 뇌물 공여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NYT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당시 공약한대로 재벌 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고 보도했다. 10대 재벌 그룹 가운데 6개 그룹의 총수들이 소위 화이트 컬러 범죄로 기소됐지만 대부분 사면이나 감형됐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 삼성의 앞날은 =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것은 지난 2월이었고,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는 이보다 앞서 추진됐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올들어 30% 랠리하며 코스피 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2720억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 스마트폰 및 반도체 칩 업체인 삼성전자가 당장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블룸버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속에서도 삼성전자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로 뛰었고, 주력인 스마트폰 사업 부문 역시 건재하다는 분석이다.
총수의 경영 공백에도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스캔들을 극복하고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한 것은 구조적으로 탄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라는 것.
삼성전자는 2분기 애플을 제치고 전세계 최대 이익을 기록했고, 세계 최대 반도체 칩 업체인 인텔을 제쳤다.
다만 이번 판결로 삼성그룹의 대외 이미지가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울러 그룹의 경영권 계승 문제와 전반적인 사업 방향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불투명해졌고,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장기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NYT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인해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업체들과 경쟁이 어려워지는 한편 그 밖에 핵심 비즈니스의 전개 역시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