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 한의사 면허 없이 침·뜸을 가르치고 수강생들에게 무면허 시술 행위를 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당(灸堂) 김남수(102)옹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8일 오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 등 혐의로 기소된 김옹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환자들에게 침뜸 시술을 하는 구당(灸堂) 김남수 옹의 모습. [뉴시스] |
김옹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한의사 면허 없이 전국 평생교육원에 침·뜸 교육과정을 개설, 수강생들로부터 총 143억원의 수강료를 받았다.
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침뜸 교육을 마친 수강생들을 상대로 인증시험을 보게 해 합격생 1694명에게 '뜸요법사' 민간자격을 무단으로 만들어 부여한 혐의(자격기본법 위반)도 받았다.
검찰은 교육과정 중 수강생들에게 서로 침·뜸 시술을 하게 한 것은 부정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김옹을 기소했다.
수강료를 받은 침·뜸 교육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재판의 쟁점이 됐다.
보건범죄단속법에 따르면 한의사가 아닌 사람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방의료행위를 한 경우 무기징역 혹은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김옹은 "침구술에 대한 강의 등 교육행위를 했을 뿐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가 아니다"라며 "사람을 죽였다거나 병신을 만들었다거나 사기쳐서 돈을 부당하게 취득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김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 2심 모두 "단순히 이론적 교육에 그친 것이 아닌, 수강생들이 실습교육의 일환으로 한 침·뜸 시술 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이는 명백한 의료행위이자, 수강료 내지 강사료 등을 받은 이상 영리성도 인정된다"며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한편 김옹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었다.
구당 김남수 옹이 자신의 헌법소원심판 변론이 있었던 지난 2009년 11월 11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헌법재판소앞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008년 검찰은 김옹을 불법 의료행위 혐의로 입건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서울시는 같은 해 10월1일부터 11월15일까지 김 대표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김옹은 "침사 자격 정지 처분은 부당하니 취소해달라"며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또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도 제기했다.
행정법원 1, 2심은 "교육 과정 중에 불법 의료행위가 있을 수 있다"며 김옹의 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헌재가 "뜸 시술은 사회통념상 용인 가능하다"며 김옹의 손을 들어준 데에 이어 지난해 8월 대법원도 "교육기관 설립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 자격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침 뜸 교육을 받아도 다른 사람에게 침술과 뜸 치료를 할 수 없다.
다만 자신의 건강을 위한 배움의 기회로 평생교육원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게 당시 판결의 취지였다. 그러자 한의사협회 등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한다며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