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해외 투자자 매입액 2009년 이후 최고치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회사채 시장이 투자 자금 블랙홀로 부상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뭉칫돈을 베팅한 결과다.
일본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지속, 고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지극히 제한적인 데다 최근 15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진 달러화도 회사채 투자 매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달러 <사진=블룸버그> |
1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5월 해외 투자자들이 사들인 미국 회사채 규모가 26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2009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지난주 미국 통신사 AT&T가 실시한 23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600억달러에 이르는 투자 수요가 몰린 것은 뜨겁게 달아오른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 이후 미국 기업들이 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이 1조10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일본 투자자들의 ‘사자’가 급증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이 환헤지를 하지 않고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를 매입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1.57%로, 국내 시장에 비해 거의 10배 높은 실정이다.
미국 투자자들 역시 회사채 시장에 훈풍을 냈다. 시장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 채권펀드로 13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자금이 홍수를 이룬 데 따라 미국 국채 대비 우량 회사채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세계 경제가 강한 내성을 보이는 동시에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을 부추길 만큼 빠른 성장을 이루지 못하면서 채권 시장에 열기를 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로존을 포함해 통화 강세 지역의 투자자들에게는 달러화 약세 역시 미국 회사채를 매입할 근거를 제공했다.
달러화 하락은 관련 자산의 가격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일부 해외 투자자들은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지속하자 환헤지를 설정하지 않은 채 미국 회사채를 사들였다.
일부에서는 미국 회사채 시장의 열기가 식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웰스 파고의 나다니엘 로젠바움 신용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회사채 스프레드와 수익률이 한계 수위까지 떨어졌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매입을 꺾어 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조한 인플레이션을 빌미로 금리인상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 역시 위험한 발상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를 경고하고, 채권 버블을 경계할 것을 권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