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부실 털고 연간 영업익 1조 전망에 매각 호기
내년 초 마무리..주택경기 불확실성에 흥행은 미지수
[뉴스핌=이동훈 기자]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내년 초까지 마무리한다.
투자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지만 올해가 매각에 최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일 투자은행(IB)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내달 대우건설의 지분 매각을 진행할 주간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간다. 대우건설 지분을 들고 있는 ‘케이디비밸류제6호’ 펀드가 만기되는 오는 10월 말까지 인수 후보군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이르면 내달 IB·회계·법률 등 3곳의 자문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어 매각 공고를 내고 지분 정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이어 예비입찰 등을 거쳐 내년 초 매각을 끝낼 방침이다.
서울 종로 신문로 대우건설 사옥 모습<사진=이동훈기자> |
공식적인 산업은행 입장은 대우건설 매각을 더 늦추기 어렵다는 것. 우선 케이디비밸류제6호 펀드의 만기가 지난 2015년 10월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가치가 크게 훼손되자 투자 손실을 우려해 2년 연장했다. 지금도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기 어렵지만 민간 기업을 6년 넘게 보유한 만큼 매각을 늦추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다.
매각 시점이 최적기라는 판단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우건설의 올해 실적은 사상 최대치가 예상된다.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작년 4분기 잠재부실을 털어내는 ‘빅베스’를 단행한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대우건설은 국내외 사업장에서 손실 가능성이 존재하면 일단 회계에 반영했다. 이로 인해 국내 주택경기 호황에 따라 주택부문 수익성이 꾸준히 오른 데다 해외사업 손실분이 환입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의 실적이 좋을 때인 올해가 매각 호기라는 평가가 많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면 건설업계에선 현대건설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익을 기록한 회사가 된다. 예비 인수자들에게 대우건설 가치를 높이는 기회인 셈이다. 이 경우 주식 가치를 제외하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예상보다 많이 받을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정이 촉박해 오는 10월 펀드 만기 이전에 매각을 마무리하기 힘들지만 속도를 최대한 낼 계획”이라며 “작년 대우건설의 부실 손실을 털어냈고 올해 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어서 매각 시점으로 적기라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매각 흥행'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최근 인수합병(M&A) 큰 손으로 떠오른 부영과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가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비롯해 중동 자본이 관심을 보인다고 알려졌으나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 특히 아람코는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결국 대우건설은 재무적투자자(FI) 컨소시엄에 인수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10여곳의 FI 컨소시엄을 모아 자금을 마련했다. 이 경우 대우건설은 M&A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올 공산이 크다.
IB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연내 매각하려는 의지가 강해 내달부터 주간사 선정 등 구체적인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하지만 건설경기 불확실성과 해외수주 악화 등으로 인수전 흥행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퇴진운동은 이번 매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