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 이행위해 검토…경영권 승계와 무관"
[뉴스핌=최유리 기자]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이행을 위한 것이었을 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방영민 삼성생명 부사장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 5인에 대한 41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이 밝혔다.
방 부사장에 따르면 2015년 삼성생명은 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돌입했다.
IFRS4 2단계가 시행될 경우 삼성생명의 가용 자본이 기존 20조원에서 10조원으로 감소함에 따라 자본 확충 방안이 필요했다. 당시 늘려야 할 자본금 규모는 약 22조5000억원으로 다른 보험사(한화생명 7조1000억원, 교보생명 5조6000억원)에 비해 영향이 커 차별화된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방 부사장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대주주 중심의 유상증자나 부동산 매각 등 다른 대안에 비해 자본 확충 효과와 실효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 부사장은 "당시 삼성생명의 모든 관심은 IFRS4 2단계 대비였다"면서 "금융지주사 전환이 다른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과 협의한 것이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는 관련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지주사 전환이 경영권 승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어 경영권 강화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인적분할을 실시할 경우 금융지주회사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1대주주가 될 수 없다. 결국 삼성생명이 확보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이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이 낮아지게 된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사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이후에도 삼성생명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의견 조율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방 부사장은 "금융위로부터 원안대로 승인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바가 없다"면서 "또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상부의 지시가 없었고 이 같은 말을 당국에 전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 전환 인가를 공식적으로 신청하기 위해서는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그 과정의 연장선이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는 금융위의 반대에도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에서 관련 내용을 청탁해 금융지주사 전환을 지속 추진했다는 특검의 주장과 대비된다. 특검은 금융지주사 전환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후 금융지주사 전환을 보류한 이유에 대해서도 당시 상황에 따른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방 부사장은 "IFRS4 2단계 수정안이 나오면서 확충해야 하는 자본 규모가 줄었다"면서 "당시 쟁점안에 대해 금융위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보류하기로 결론내게 됐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