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탑로스, 급락 원인 제공…"정부·중앙은행 규제 필요"
[뉴스핌=김성수 기자] 디지털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이 한 거래소에서 대량 매도 주문으로 가격이 319달러에서 10센트까지 폭락하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순간 폭락)' 사태가 발생했다. 암호화화폐 거래 시장이 얼마나 불안정할 수 있는지 보여준 극단적 사례이면서, 이 시장에 대한 규제 필요가 대두된다.
지난 22일 코인데스크와 CNBC뉴스 등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GDAX의 애덤 화이트 부회장은 미국 시각 오후 3시과 4시 사이 이더리움 매도 주문이 수백만달러나 밀려들어 이더리움 가격이 순식간에 300달러 위에서 10센트까지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GDAX 매매차트 <자료=코인데스크> |
이 같은 사태는 한 거래소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이지만, 같는 날 전체 이더리움 거래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거래소 업체인 코인베이스(Coinbase)는 한때 이더리움/미 달러(ETH/USD)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플래시 크래시 사태가 이더리움 거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시가총액 면에서 비트코인을 위협할 정도로 강력하게 부상한 이더리움 가격은 한국시간 기준 23일 오후 2시 27분 현재 전일보다 1.68% 오른 331.1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주일간 이더리움 가격 추이 <자료=월드 코인 인덱스> |
스탑로스(손절매: 특정 종목이 설정가격에 도달할 경우 자동매도를 통해 손실 또는 이익을 보존하는 서비스) 주문이 전날 이더리움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락하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0년 5월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1000포인트 가까이 빠졌다가 몇분 만에 회복했던 플래시 크래시 사태도 스탑로스가 원인이었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주가가 5% 넘게 움직일 경우 변동성을 제한하기 위해 가격 상한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더리움은 아직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가격 변동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테미스 트레이딩의 조 살루치 공동 설립자는 "가상화폐 시장은 주식시장에서 플래시 크래시 발생을 막기 위해 만든 시스템 비슷한 것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규모는 크지만 신뢰는 전혀 형성돼 있지 않다"며 "그런데 어떻게 수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겠는가?"고 반문했다.
WEX 버추얼 페이먼트의 짐 프랫 상무는 "사람들은 가상화폐에 열광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를 뒷받침해줄 만한 상업적 구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중앙은행이 가상화폐를 규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