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재화로도 볼 수 있는데 금융당국이 규제해야하나"
[뉴스핌=이지현 기자] 그야말로 광풍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고, 거래금액도 크게 늘었다. 거래에 참여하거나 관심을 갖는 이들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사정이 이렇게 바뀌면서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제도를 만들고, 과열을 규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하지만 당국도 고민이 많다. 무엇보다도 가상화폐가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닌 일반 재화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부담스럽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학계 및 법률전문가 등은 TF팀을 만들었다. 디지털화폐의 법적 정의, 거래소 등록제, 자금세탁방지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업무보고에서 상반기까지 가상통화의 이체·송금·보관·교환 등 취급업에 대한 규율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용자 자산보호나 거래안정성 확보 의무 등을 부과하는 방안도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통해 만들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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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
하지만 6월 중순까지 가상화폐와 관련된 별다른 대책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고민이 담겨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봐야 할지, 일반재화로 봐야할지 모호하다는 것.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화폐와 금융상품, 일반재화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서 "일반재화로도 볼 수 있는 상품에 금융위원회가 관여해 소비자보호를 주장하기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 역시 일반재화이다 보니 금융당국에서 관여를 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이슈에 대한 검토 사안은 조만간 발표 하겠지만, 이를 금융규율체계에서 관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은 최근 가상화폐 관련 제도를 만들고 '통화'로 인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자금결제법에서 가상통화 교환업자 등록을 의무화했다. 이어, 올 4월 같은 법을 개정해 비트코인을 통화로 인정하고 가상통화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했다.
미국의 뉴욕주는 가상화폐 관련 사업장에 대한 '비트 라이선스(Bit License)'를 의무화했고, 버몬트 주는 이를 통화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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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금융당국은 규제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자금세탁이나 탈세 등 불법거래에 악용되는 것은 분명 막아야 겠지만 섣불리 규제를 하다간 핀테크 산업 자체를 죽이는 결과가 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올 1월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강화한 중국에서 비트코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사례가 있다.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규모 중 중국 거래소 비중이 지난해까지 94%에 달했지만, 올해 1월 23%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 체계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준영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비트코인이 통화의 성격을 가지기 떄문에 자금세탁과 국부유출 방지, 소비자 보호 등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는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비트코인이 유망한 디지털 상품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과도한 규제는 핀테크 산업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입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