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러시아 게이트’ 수사중단 외압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희망한다(hope)'는 단어를 두고 한바탕 격돌했다.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는 이는 명령이나 요청과 다르다고 주장한 반면 코미는 대통령이 그렇게 얘기하면 누가 지시로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9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를 지휘하다가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우선 그는 러시아 스캔들 조사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해고했고 국민들에게 그 이유를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코미는 트럼프와 트럼프 팀이 자신과 한 달전 자신의 진정한 해고 사유를 찾으려는 FBI에 대해 "말 그대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8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청문회<사진=AP/뉴시스> |
또 그는 "매우 드문 경우에 해당하는 대통령과의 사적인 만남 이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만남에서 있었던 대화에 대해 '거짓말할지 모른다'고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코미는 그 이후 트럼프와의 만남에 대해 꼼꼼하게 메모를 남겼다는 것이다.
해임 사유에 대해 코미 전 국장은 "나는 러시아 수사 때문에 해임됐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라며 "나는 러시아 수사가 진행되는 방식을 바꾸려는 노력 때문에 해임됐다"고 강조했다.
코미의 증언이 그간 점증하던 의혹들을 진화해 오던 백악관을 위기로 몰자 백악관 부대변인 새라 허커비 샌더스는 청문회 이후 "분명히 말하건대 대통령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다"며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질문이 나오는 자체가 모욕적"이라고 대응했다.
◆ "바란다는 말을 명령이라고 생각했다"
3시간 이상 지속된 청문회에서 코미는 대통령이 전 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을 향하던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 했고 FBI가 그 수사에서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배제시키려 했다고 분명하게 설명했다.
이에 놀란 상원정보위 소속 공화당 의원은 코미의 이런 강한 어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트럼프가 플린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도록 명령하지 않았고 단지 그러기를 "희망했다(hoped)"고 주지시켰다. 반면 민주당측은 트럼프가 코미를 해고함으로서 사법방해를 한 것으로 주장했다.
코미는 먼저 자신과 대통령과의 상호 관계에 대한 모든 메모들을 뮬러 특별검사에게 줬다며 뮬러 특별검사가 트럼프의 사법방해 가능성을 조사할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의 의도와 그것이 범죄가 되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특별검사가 일해서 내려야 할 결론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적인 만남에서 대통령이 '플린에게서 더 이상 조사하지 않기를 바란다(Hoped)'고 말했고,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을 때 나는 이를 사실상 지시로 받아들였다"라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인 마크 카소위츠 변호사는 성명에서 "대통령은 공식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거나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고 부인했다. '희망한다(hope)'는 '명령(order)'이나 '요청(call on)'과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다.
당시 대화 내용에 대해 코미는 "대통령이 그 테이프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나는 그런 테이프가 있기를 희망하며 그 공개에도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