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비용부터 비즈니스 환경까지 미국이 유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계와 관련 일자리를 망가뜨린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볼멘소리와 전혀 상반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미국으로 몰려드는 것.
그 배경이 더욱 흥미롭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중국보다 미국이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중국이 더 이상 저임금 노동 시장이 아니라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지만 제조업체들의 미국 행은 적잖게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다.
중국의 한 제조업체 <사진=블룸버그> |
31일(현지시각) 미국 투자매체 CNBC는 중국의 제조업계 비용 상승이 업체들의 미국 이전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전폭적인 법인세 인하 움직임도 경영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인건비가 여전히 중국에 비해 높지만 총비용 측면에서 미국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중국 제조업체들의 얘기다.
항저우의 섬유 업체 키어 그룹의 주 샹칭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면화부터 전기, 부지까지 전반적인 비용을 감안할 미국이 유리하다”며 “임금이 두 배 높지만 총비용은 미국에서 생산할 때 25% 낮다”고 전했다.
중국의 인건비가 지난 10년간 연 30%씩 상승한 데다 오름세가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 행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키어 그룹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공장 증설에 2억2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궁극적으로 전체 사업을 미국으로 옮길 계획이다.
중국이나 그 밖에 이머징마켓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비즈니스 여건도 기업인들이 미국을 선호하는 배경이다.
공해부터 음식품의 안전성, 자금 조달 창구의 접근성과 정부 간섭의 수위까지 미국의 전반적인 비즈니스 환경이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소비 시장을 보더라도 미국이 유리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중국인들은 미래의 소비자인 데 반해 미국인들은 오늘의 구매자라는 것.
GAC 모터가 미국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GAC 모터는 미국 업체와 제휴를 체결하거나 독자적으로 미국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매크로 경기가 호조를 이루든 그렇지 않든 미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고, 이는 미국 투자에 적극 나서는 데 충분한 이유라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섬유와 화학, 제지, 패키징, 자동차 부품 등 자본집약적 기업일수록 미국 행이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현실적인 걸림돌도 없지 않다. 중국 노동자들만큼 숙련된 제조업 인력을 미국에서 필요한 만큼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중국 직원들의 미국 파견 등의 형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반이민 정책을 고집하고 있어 쉽지 않은 과제다.
이와 함께 공급망과 인프라 역시 미국 행을 결정한 중국 제조업체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수 십 년에 걸쳐 확충한 중국의 인프라를 장기간 제조업 쇠퇴기에 빠져있었던 미국에서 모두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