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가격 급등에도 신기술이 일자리 뺏을 것이라는 우려에 소비 꺼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학교 교수가 경기 불황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신기술을 지목했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꺼리면서 내수 경기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것은 신기술이 궁극적으로 대부분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로버트 쉴러 교수 <출처=신화/뉴시스> |
쉴러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의 기고문에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쥐꼬리 수익률에도 10년 만기 미국 국채에 자금을 묶어 두는 것도 장기적인 경기 비관론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주식시장이 현 수준에서 50%에 뛸 것이라고 전망, 앞서 내놓았던 버블 주장과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쉴러 교수는IT 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일자리를 소멸시키는 한편 경제적 불평등을 크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오늘날 경기 불황의 주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고용 지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주식과 집값을 중심으로 자산 가격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은 중장기적인 고용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주식과 주택 시장은 지난 2012년 이후 연이어 신고점을 갈아치웠다. 경제 지표 역시 개선되고 있고, 월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전반적인 실물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지만 또 한 차례 경제적인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공포감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다고 쉴러 교수는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 민간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저금리를 축으로 한 부양책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강력한 부양책이 없다면 불안감이 소비자들의 지출에 제동을 걸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쉴러 교수는 주식시장에 대해 강세론을 펼치며 매수를 추천해 주목된다. 그는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 수준에서 주식시장이 50% 뛸 수 있다”며 “포트폴리오에 주식을 계속 보유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주식시장이 최근과 같은 고공행진을 펼친 뒤 50% 추가 상승했다는 것. 미국 주식시장의 경기조정주가수익률(CAPE)이 높은 상태이지만 새로운 고점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쉴러 교수는 내다봤다.
뉴욕증시의 CAPE는 29배로 역사적 평균치인 17배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 때문에 쉴러 교수는 최근까지도 주식시장의 과열을 지적했지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상반되는 의견을 내놓은 셈이다.
그는 “주식과 주택 시장이 앞으로 수년간 동반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이는 전망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술'이 주식시장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