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개월 일자리 감소 2009년 이후 최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소매업계의 영업점 폐쇄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 유통 매장 폐쇄는 금융위기 당시 수치를 웃돌았다. 지난 3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크게 위축된 것도 소매업계의 불황이 한 몫 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의아해하는 것은 미국 실물경기가 탄탄하다는 점이다. 소매업 경기가 가파르게 기우는 것은 경기 사이클 측면의 현상이 아니라는 것.
할인 행사를 벌이는 소매업체 <사진=블룸버그> |
월가 투자자들은 아마존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유통시장의 구조적 변화라는 얘기다.
메이시스와 JC페니 등 주요 백화점 업체를 필두로 한 영업점 폐쇄가 꼬리를 물고 있다. 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저가 신발업체인 페이레스가 파산을 신청한 한편 수 백개 매장을 닫기로 했다.
앞서 랄프 로렌은 영업망의 중추에 해당하는 맨해튼 5가 매장을 폐쇄하기로 해 업계를 놀라게 했고, 최근에는 십대 의류 업체인 루21이 파산 신청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 1000개의 매장을 운영중인 루21은 이르면 이달 안에 파산보호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불과 수년 전 사모펀드 업체 아팩스 파트너스에 약 10억달러에 매각된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의 불황은 3월 고용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9만8000건으로 시장 예상치인 18만건에 크게 미달한 가운데 소매업 고용이 2만9700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화점 업계에서 1만2600명이 3월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 2월에도 소매업계 일자리는 3만900건 사라졌다.
2개월 기준 소매업계 일자리 누출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강타했던 2009년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PNC 파이낸셜의 거스 포처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2개월 연속 유통업계 일자리가 대폭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라며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로 몰려든 데 따른 결과”라고 판단했다.
크레디트 스위스(CS)에 따르면 연초 이후 영업점 폐쇄가 2880건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같은 기간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수치인 1153건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CS는 연초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문을 닫는 점포가 8640건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2008년 기록한 최고치인 6200건을 대폭 웃도는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통업계 상황이 아마존의 급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매출 증가폭의 53%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영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마존의 독주 앞에서 무력하다는 얘기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영업점 버블이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의류업체 어반 아웃피터스의 리처드 하인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간 의류 매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며 “이로 인한 버블이 무너지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