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 통항 사실상 마비 상태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이란 전쟁 여파로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몰타 선적 컨테이너선이 미사일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 이후 첫 컨테이너선 피격과 함께 해협 통항이 5일째 사실상 마비되면서, 전 세계 석유·가스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4일(현지시간) 영국 해군 교역지원소(UKMTO)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호르무즈 해협 북단을 향해 항해하던 몰타 국적 컨테이너선 사핀 프레스티지(Safeen Prestige)호가 미상의 발사체 공격을 받아 손상됐다. 해상 보안업체 뱅가드(Vanguard)는 해당 선박이 수면 직상부를 타격받아 엔진룸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선원들은 곧바로 배를 버리고 탈출했으며, 오만 국영 통신(ONA)은 오만 당국이 선원 전원을 무사히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피격 이전까지는 유조선이 주요 표적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후 걸프 해역에서 유조선 6척이 피격돼 최소 2명의 선원이 숨지고 여러 척이 화재 또는 파손 피해를 입은 데 이어, 공격이 컨테이너선으로까지 번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상 교통 분석 플랫폼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의 데이터 분석 결과, 현재 호르무즈 일대에는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을 합쳐 최소 200여 척이 바다에 닻을 내리고 대기 중이다. 해협 바깥쪽에도 수백 척이 멈춰 서 있어, 세계 원유·LNG 공급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이 수로가 사실상 질식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에너지 흐름 보장을 천명하며, 미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통해 해상 무역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 보험과 금융 보증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국제 해운단체 빔코(BIMCO·발틱국제해사위원회)의 야콥 라르센 보안 책임자는 "이란의 위협 범위가 너무 넓어 모든 선박을 군함으로 보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공급망 마비는 생산 차질로 직결되고 있다. 카타르에너지가 가스 시설 공격 이후 '불가항력(Force Majeure, 포스 마주르)'을 선언하고 가스 액화 시설 가동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이라크 역시 저장 공간 부족으로 감산에 돌입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수출 터미널인 라스 타누라(Ras Tanura) 설비가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아시아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인도 망갈로르 정유와 페트로넷 LNG는 이미 '불가항력' 통보를 냈으며, 일본과 인도네시아 정유사들은 중동 물량을 대신해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유가 전망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통항 차질 장기화를 반영해 2분기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76달러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전망치는 71달러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