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예정에 없던 한반도 해역으로 기수를 돌리면서 한반도가 전쟁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김정은만 몰아내면 북한에 친중국 정부를 세워도 좋다”고 미국이 중국을 구슬렀다는 루머에, 5월초 미국의 북한 폭격설까지 나돌면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증폭되는 모양새다.
실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후에도 "중국이 협조 안하면 대북 독자행동을 감행할 수 있다"며 미적거리는 중국을 계속해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점점 강경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 투기자본들은 벌써부터 한반도 주변에서 화약냄새를 맡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위험에 대비한 한국 신용파생상품 매수 포지션을 확대하며 컨트리 리스크에 대한 배팅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평양을 향해 언제 토마호크 미사일이 날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면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방독면과 라면 사재기붐이 일고 있다.
12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가진 저녁 모임에서도 SNS ‘카더라 뉴스’가 유포한 한반도 4월 위기설이 화제 거리가 됐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정말 전쟁 날 가능성이 있는 거냐"며 아주 무겁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처럼 정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수 있을까. 기자는 그 사장에게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고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북한도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같은 민감한 시기에 6차핵실험 같은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종전과 다른 최강경 모드의 대응에 나서줄 것을 종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도 회의에서 문제해결 방안에 대해 충분히 공감했다고 주장했다. 이러는 사이에 중미간 '북핵과 경제' 빅딜설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정작 상대방인 중국의 태도와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화 내용과 해석, 북핵 해결을 위한 입장 모두 미국쪽에서 나오는 얘기들과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북한 폭격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회담후 일주일도 안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를 한 것도 전쟁은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은 지정학적인면 등 여러모로 시리아와 다르다. 미국은 중국이 대북 폭격에 동의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핵문제에 있어 조정자이지 갈등유발자가 아니다” 중화망(中華網)이라는 중국 유력 관영매체의 사설은 북한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의 한 서방 외교소식통은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칼빈슨 함 이동은 6차 핵실험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한 경고용이지 실제적인 대북 타격을 위한 포석이 아니다” 며 “미국은 김정은 정권을 실각시키거나 현재의 틀을 뒤엎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폭격은 시리아와는 달리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이 모두 동의하는 상황에서나 고려할 수 있을텐데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군사적 공격을 받은 선례가 없다"며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북한은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강대강의 대응에 나설 것이고 이는 대화가 중요한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국가 싱크탱크 관계자가 중국 공산당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인민일보에서 밝힌 이 견해는 그대로가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속내라고 해석해도 과히 틀릴게 없다.
시진핑 주석은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에서도 “중국은 한반도 평화를 원하며 북핵문제는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 고 강조했다. 중미 정상회담 훨씬 이전 6자회담 시절의 중국 입장을 빼 닮은 발언이다. 기자회견도 성명도 없었기 때문에 중미 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수 없지만 '전쟁은 반대'라는 중국의 생각은 종전 그대로인 듯 하다. 더욱이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우리 대한민국이 전쟁을 원치 않는게 확고한 스탠스인 한, 4월 위기설은 전쟁으로 득 볼 세력들이 지어낸 음모론이란 확신이 짙어진다. 한반도 전쟁을 바라는 세력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전쟁이 터질 가능성은 없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