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상장심사 편이성에 주관증권사들 잇속 챙기기탓
[뉴스핌=조한송 기자] 한동안 투자 열풍이 불었던 스팩(SPAC) 시장에 찬바람이 분다. 직상장에 비해 상장심사와 자금유치 부담이 적다는 기업들 니즈와 주관수수료 외의 투자수익을 누릴 수 있는 증권사들 니즈가 맞물리면서 과잉됐던 시장이 차갑게 식었다.
◆ 늘어나는 스팩…기업들 심사 편이성+주관증권사들 수수료 외 수익 잇속 결합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대신증권(제3호), 하나금융투자(제9호), KB증권(제11호)이 스팩 상장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스팩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합병 후 주가도 신통치 않자 기관투자가 참여가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IPO 업계 관계자는 "스팩이 워낙 많고 합병 후 주가가 오르지 않은 경우가 나오면서 공모와 수요예측에 어려움이 생겼다"며 "올 1~2월 신규 스팩을 만드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귀띔했다.
스팩은 기업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다. 우량 중소기업과 합병해 우회 상장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제도로 2009년 관련 기업의 신속한 상장과 자금조달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주식시장은 한동안 스팩 열풍에 휩싸였다. 스팩상장이 가장 활발했던 시점은 2015년. 당시 코스닥 100여개 기업 중 절반은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했다.
이 같은 배경에 대해 IB업계 관계자들은 "예컨대 100억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해도 스팩으로 하면 주가 상승폭에 따라 최대 3배 정도 차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인수 물량을 상장 1년 후에 팔게 돼 있어 믿을만한 업종만 제대로 고르면 1년 후 대부분 오르고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관 증권사의 경우 스팩 상장시 발기인으로 참여해 전환사채(CB) 혹은 주식을 사들여 이후 거두는 수익이 짭짤하다는 얘기다. 발기인은 공모가 절반 수준으로 참여해 스팩이 기업공개(IPO) 될 경우 두 배의 수익이 확정된다. 게다가 합병 성공시 주가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도 가져갈 수 있다. 주관사로선 상장수수료와 더불어 일종의 자기자본투자(PI)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셈이다.
상장폐지를 앞두고 선데이토즈와 합병에 성공, 이를 통해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벌어들인 하나그린스팩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애니팡으로 잘 알려진 선데이토즈 주가는 이후 급등해 발기인으로 참여한 하나금융투자 수익은 꽤 짭짤했다.
앞선 IPO 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 IPO실에서 수수료 비즈니스가 아닌 캐피탈게인(capital gain)을 노리는 투자도 종종 일어난다"며 "PI실이 따로 있지만 IPO 부서에서도 프리 IPO 등 투자할 대상을 찾아보자는 주문이 종종 나온다"고 귀띔했다.
<자료=한국거래소> |
◆ 시장과열…주가조작 등 부작용 속출
기업과 증권사 니즈가 맞물리며 급속도로 성장한 스팩시장. 하지만 시장 과열 속에 문제점들이 속속 생겨난다. 스팩은 합병 이슈가 주가 변동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내부에서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유출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2014년 4월22일 설립된 '미래에셋제2호스팩'은 같은 해 7월 23일 공모가 2000원에 코스닥에 상장됐다. 이듬해인 2015년 8월 합병 결의가 공시되자 미래애샛제2호스팩의 주가는 시초가보다 6배 넘게 폭등했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직원 A씨는 콜마비앤에이치와의 합병 결의가 공시되기 이전에 정보를 유출해 부당이득을 챙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합병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긴 전 미래에셋증권 직원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IB 관계자는 "당시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해당 증권사에서 콜마비앤에이치와 합병할 것이라는 소문을 내고 다녔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었다"며 "증권사에서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일부러 정보를 흘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뚜렷한 합병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주가가 오르는 등 일부 투기꾼들의 놀이터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나머스트5호스팩은 지난 16일과 17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2015년 6월에 상장한 해당 종목은 최근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20일 종가 기준 3590원까지 올랐다.
시장에선 해당 종목이 향후 4차산업 관련 종목과 합병할 것이라는 이유로 급등했다는 해석도 돌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아무 것도 밝힌 것은 없다. 해당 증권사 관계자는 "4차 산업과 전혀 관계없다. 시가총액이 50~60억원 정도되는 규모가 많아 장난치기 쉽다보니 그런 것 같다. 주가가 비싸지면 오히려 합병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해왔다.
상장 이후 주가 움직임도 그리 긍정적이진 않다. 지난해 스팩 합병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 12개 기업 중 3~4개 기업을 제외하곤 대부분 기업들이 주가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팩 투자와 관련해 수요 예측 건수와 합병 대상 업종 등을 참고해 종합적인 투자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투자자 입장에선 해당 스팩의 합병 가능성을 알기 힘들기 때문에 수요 예측 건수와 해당 스팩이 정하고 있는 합병 대상 업종 등을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청산시점도 고민이 될 수 있다. 정형화된 방법은 없지만 스팩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합병 주주총회일 정도가 적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조한송 기자 (1flow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