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무분규·무쟁의 전제로 전체 직원 임금반납 요구
동의서 2번 써낸 노조 "할 만큼 했다..협박 수준 요구 납득불가"
[뉴스핌=조인영 기자] 채권단의 인력감축·임금반납 요구에 대우조선 노조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지난 2년간 임금동결과 무쟁의 원칙을 지킨 상황에서 추가 고통분담 요구는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금융위원회는 23일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에 신규자금을 넣어 살리기로 했다. 회사채·CP 채무조정 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9000억원을 신규지원하는 방식이다. 전제조건으로 노조의 무분규·무쟁의 원칙 유지와 전체 임직원의 임금반납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은 올해 모든 임직원의 임금반납과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인건비를 2016년 8500억원에서 올해 6400억원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 전년 보다 25% 줄어든 수치다. 직영 인력은 현재 1만명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9000명 이하로 축소한다.
이미 사무직이 최대 30%까지 임금반납을 하고 있어 실질 적용대상은 생산직이다. 노조가 있는 생산직은 현재 약 6000명 수준으로, 전체 인건비에서 25%의 절감 효과를 보려면 10% 이상 임금을 삭감해야한다. 앞서 회사는 전일 노조에 10% 상당의 기본급을 줄이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노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년간 성과급과 초과수당을 포기해온 상황에서 기본급 추가 삭감은 정상적인 생계 활동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임성일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성과급 등 일시금을 지난해 한 번도 받지 못했고, 초과수당에 해당하는 잔업특근도 상당히 줄어든 상태"라며 "많게는 2000만원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다시 10%를 줄이라고 하면 생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2014년 기본급 1만3000원 인상을 끝으로 최근 2년간 임금이 동결된 상태다. 당시 노조는 쟁의 활동 자제와 임금동결 내용을 담은 동의서를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제출했다.
임 실장은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고통분담을 해왔다. 시황 악화를 이유로 협박 수준에 가까운 임금·인력 감축요구는 납득할 수 없다"며 "오히려 회사가 공사 지연이나 미숙련 노동자 투입으로 인건비 손실을 초래해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근로자들만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이해관계자간의 자율적인 채무조정 합의가 불발될 경우 새로운 기업회생시스템(P-Plan)을 통한 기업회생을 추진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만큼 생산직 역시 고통 분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조의 판단이 기업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노조도 인건비 축소에 동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사간 자발적 동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