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할인점 매출 중국 앞질러.."장기 성장성 확보"
철수시 전화위복 전망..롯데 "중국은 성장잠재력 큰 시장"
[뉴스핌=이에라 기자] 롯데의 중국 시장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이 현지 롯데마트 절반 이상에 영업중단 조치를 내리는 등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 조치를 가하자, 적자난에 시달렸던 중국 사업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롯데그룹은 사업을 접을 계획이 전혀 없다며 철수설을 진화하고 있지만, 증권가 등 시장에서는 아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롯데가 국방부와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한 이후 중국 롯데마트 55곳이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현지 매장 99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은 셈이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는 '중국판 롯데월드'로 불리는 롯데월드 선양 공사도 중단됐다. 롯데그룹이 약 3조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롯데그룹은 1994년 중국에 첫 진출한 뒤 투자자금으로만 10조원 넘게 써왔다. 마트를 포함해 유통 계열 점포만 약 120개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롯데쇼핑 해외사업의 손실 규모는 연간 2000억원 정도다. 롯데마트는 1240억원, 롯데백화점은 83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중 약 80%가 중국 사업에서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가 등 시장에서는 롯데가 언젠가는 중국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은데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대체 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도 사업 철수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전날 SK증권은 공식 리포트를 통해 롯데쇼핑이 중국 사업을 철수할 경우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수 있으며 자산 기준으로 훼손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쇼핑의 중국 법인 장부가는 약 4983억원이다. 이는 롯데쇼핑 전체 순자산인 17조2620억원 대비 3%도 채 되지 않는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사업을 철수한다면 영업이익은 크게 개선될 수 있고 자산 기준으로도 훼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적자가 크기 때문에 영업정지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에서의 보복 조치강화로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하게 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이외의 동남아 시장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할인점 매출은 중국 매출을 추월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중국 할인점 매출이 1조3310억원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1조2320억원이)이 뒤쳐있었지만, 2016년 중국(1조1290억원) 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1조3770억원) 매출이 더 앞서기 시작했다.
손 연구원은 "중국 사업은 매출이 줄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장기 성장성은 중국 사업이 없더라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사업으로 충분히 확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롯데는 중국 1호 백화점을 철수한 경험이 있다. 약 5년전 롯데백화점이 중국 1호점인 베이징점을 철수하기도 했다. 2008년 중국 유통그룹 인타이와 합작해 설립했지만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아 고전하고 있었다. 당시 베이징점은 4년간 1000억원 넘는 적자를 냈었다.
1997년 중국 시장에 첫 진출한 이마트도 한때 매장수가 30여개에 달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7개만 남아있다. 내달 임대 계약이 끝나는 상하이 라오시만 계약도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6곳만 남게 됐다.
물론 당장 롯데가 당장 중국 철수 의사를 내비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에서 고용된 2만여명의 생존권이 달린데다 중국의 반발이 더 커질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롯데 역시 중국 사업 철수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중국 투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적자와 사드 이슈가 사업 철수의 타당성을 가지고 오지 않는다는데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중국은 산업구조가 완전히 고도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향후 성장 잠재력도 갖춘 시장"이라며 "쉽게 철수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중국 주셴치아오점 <사진=뉴시스 제공> |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