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아모레퍼시픽·LG생건 지속적 매도
[뉴스핌=김양섭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우려로 관련주들이 최근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연기금의 팔자세가 집중되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아모레퍼시픽·호텔신라 최근 3개월 주가추이 <자료=네이버증권> |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은 롯데쇼핑 주가는 지난 달 27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롯데가 성주골프장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한 이후부터 중국 사업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롯데면세점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을 당하고 징동닷컴이 롯데마트 온라인몰 개점을 연기하는 등 실질적인 보복 움직임들이 나타난 지난 2일엔 7% 급락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2일 기관은 2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이중 연기금이 62억원 순매도하며 기관 가운데 주요 매도 주체로 떠올랐다. 연기금은 3일과 6일에도 각각 30억원, 12억원 순매도를 보이는 등 롯데쇼핑에 대한 매도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기간 개인투자자들은 꾸준히 매수하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의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해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주가는 실적보다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중국 불확실성 사이에서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표적인 화장품주(株)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역시 최근 연기금이 꾸준히 던지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달 27일부터 두 종목에 대해 매도 추세를 유지하는 상황.
특히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매도 규모가 큰 편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던 주가가 지난 6일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기관 매도세는 이어졌다. 연기금은 아모레퍼시픽이 12% 급락했던 지난 3일 하루 16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지난 달 27일 이후 280억원어치 순매도를 보였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3일 83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사드 이슈 영향에 대해 김영옥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브랜드 업체(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는 이번 이슈로 인해 글로벌피어(Global Peer:로레알·에스티로더) 대비 동등하거나 프리미엄을 부여 받을 명분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반한 시위대가 SNS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현대차를 부수는 사진을 올린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일에도 연기금은 현대차 주식을 100억원 넘게 팔았다. 지난 달 22일 이후 현대차에 대해 대체로 매도 기조를 유지해오고는 있지만 이슈가 불거지자 매도 규모를 대폭 키웠다.
관련 이슈가 현대차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선 반한 감정이 얼마나 지속될 지와 한국 완성차 판매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관련 판매/실적/주가 영향을 예단하기도 어렵다"면서 "당분간 중국 내 흐름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성 요인으로만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연기금은 꾸준히 매수 추세를 유지해왔던 호텔신라에 대해서도 지난 3일 중국의 관광규제 언급이 나오면서 해당종목 주가가 급락세로 돌변하자 80억원 순매도로 수급에 변화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연기금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급하게 매도하는 것은 대체로 차익실현보다는 위험회피 또는 손절매로 봐야한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대체로 우량주에 대한 '저가매수' 일환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