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 디플레 기대 뿌리 깊어
[뉴스핌=김성수 기자]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금리 정책까지 단행하며 극한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4년 가까이 실시했으나,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결국 실험이 실패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26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0만명에 이르는 일본의 20~34세 젊은층의 뇌리에 '디플레이션 예감'이 깊숙이 박혀 있다며, 이 때문에 과감한 통화정책 실험의 성공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 무서운 습관… 깊게 밴 물가 하락 심리
일본은행(BOJ) <출처=블룸버그> |
일본 경제는 1980년대 호황을 누리다가 1990년대에 버블이 터지고 나서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긴 침체기를 겪었다. 현재 일본 닛케이지수는 1989년대 고점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를 밑돌았고 물가는 계속 하락했다. 물가가 하락하다 보니 일본인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하는 습관이 굳어졌다.
총무성 가계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일하는 세대의 지난해 소비지출은 371만5000엔으로, 10년 전에 비해 12만8000엔 줄었다. 실수입은 632만4000엔으로 1만5000엔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이 제자리걸음하는 가운데 소비를 더 줄인 것이다.
마사키 카노 JP모간체이스 일본 부문 이코노미스트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25년 동안 정체되면서 사람들 머릿속에 디플레이션 심리가 너무 깊이 뿌리박혀 있다"며 "젊은이들은 미래에 소득이 더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급속히 진행 중인 고령화도 일본인들이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택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현재 일본은 60세 이상의 노년층 인구가 20~34세 사이의 청년 인구의 2배다.
BOJ의 양적완화 정책은 물론 정부의 재정부양책에도 일본인들의 소비 습관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배경이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은행 아시아 경제 부문 공동대표는 "급진적 정책을 실시해도 사람들 사고 방식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일본인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심리를 지속함에 따라 현재 일본의 경제상황도 몇년 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과도한 부양정책에 대한 불안감도 한몫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블룸버그통신> |
장기화된 저금리 역시 일본 경제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시중은행들은 저금리로 인해 이자수익이 줄어들자 대출에 대해 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이토 타카시라는 한 기업가는 도쿄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업 자금을 위해 일본 금융공기업 재팬파이낸스은행에 20만엔 대출을 신청했으나, 5만엔밖에 받지 못했다. 그는 사업이 커진 후 추가 대출을 신청했으나 대출이 아예 거부됐다.
일본에서 저가 의류로 인기를 끈 유니클로는 지난 2015년에 가격을 인상했다가 일부 고객층을 잃었다. 고객층은 매출을 늘리려면 가격을 다시 낮추라고 요구했다.
유니클로 설립자 야나이 타다시는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는 BOJ가 실시한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때문이며 이 바보 같은 부양책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